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한나라당 탈당을 선언했다. 낡은 수구와 무능한 진보의 틀을 깨트리고 새 정치질서를 창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의 탈당은 당장 대선 구도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냉정하게 그의 선택 이후를 주목하게 된다. 그러나 오늘 그에게 가장 당연하고 간단한 일은 앞으로 무엇을 하겠는가 보다는 왜 탈당인가 하는 질문이 앞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그의 탈당에서는 당내 경쟁의 실패, 낙오의 결과라는 사실을 지울 수 없다. 경쟁 후보의 탈당은 대선 때마다 반복돼 온 구태이자 폐습, 정당 정치의 일탈이자 퇴행으로 지적돼 왔다. 경선 불복 후보의 출마를 제한하도록 법을 고친 것도 이를 개선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경험칙에서 손 전 지사의 탈당은 법 규정이 제한하고자 했던 바로 그 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깨끗한 패배, 신선한 경선에 대한 기대를 저버렸다.
그의 탈당은 소위 ‘빅3’의 후보 경쟁에서 지지율 5%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경선 규칙 논란에서 자기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가운데 나온 것이다. 새 정치를 내건 구호와 명분이 아무리 거창하고 그럴 듯 하더라도 그를 둘러싼 이런 정황을 합리화하고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당내 경선에서 가능성이 보였다면 탈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간단한 질문에 그는 쉽게 대답할 수 없는 모순을 안게 됐다.
그는 “새로운 한나라당을 만들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했다. 또 “온 힘을 다해 노력했지만 실패했음을, 그리고 책임도 크다는 것을 자인한다”고 했다. 그러나 손 전 지사가 새 한나라당을 위해 안에서 무슨 일을 어떻게 했는지 알려진 바는 별로 없다. 민심 대장정에 몰두하면서 ‘나는 당과 다르다’는 식으로 보였던 제스처가 남아 있지만 그는 당내로도 당 밖으로도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이를 가린 채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에 대해 “군정의 잔당과 개발독재 시대의 잔재들이 버젓이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고 혹독하게 비난했다. 과거 탈당의 예에서 자주 듣던 거북한 논리들이다. 새 정치니, 신당이니 하기 앞서 손 전 지사의 낡은 정치를 보는 국민의 실망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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