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19일 탈당 선언과 함께 중도 개혁세력의 결집을 통해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겠다는 뜻을 분명히 함에 따라 대선구도 전반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한나라당의 경선 구도가 양자구도로 변했고, 범 여권의 정계 개편 움직임도 자극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권에는 1월 고건 전 총리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지속된 한나라당의 독주에 제동이 걸리면서 숨통을 트일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많다.
손 전 지사의 탈당이 몰고 올 파장이 어떨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정계개편이 한층 가속화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한나라당에서 중도 개혁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손 전 지사가 이탈함에 따라 당의 보수적 색채가 더욱 두드러지게 됐다.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손 전 지사라는 중도적 완충지대가 사라지면서 ‘중도개혁 대 보수’라는 고약한 대선구도가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당장 손 전 지사는 이날 회견에서 “군정의 잔당들과 개발독재시대의 잔재들이 버젓이 (한나라당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며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했다.
그는 한나라당을 ‘수구정당’, 열린우리당등 집권세력을 ‘무능한 진보’로 몰아붙이며 양측 모두와 전선을 만들었다. 손 전 지사의 중도개혁 세력 결집이 신당 창당으로 진전될 경우 대선은 3자 또는 4자의 다자구도로 변할 개연성도 있어 보인다.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탈당 소식이 알려지자 즉각 “(범여권으로) 옮겨 오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민주당과 통합신당모임 주도의 범 여권 통합신당의 한 후보로 경선오디션에 참여해달라는 것이지 ‘주인공’이 되 달라는 것은 아니다.
반면 손 전 지사의 지향점은 ‘전진코리아’ 등 기존 정치권과 거리가 있는 중도세력을 발판으로 삼아 범여권 정계개편의 중심 축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손 전지사와 범여권이 중도개혁의 대표성을 놓고 ‘제3지대’ 주도권 다툼을 벌일 개연성도 있다.
이와 관련, 손 전 지사는 회견에서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과 진대제 전 정통부장관 등과의 ‘드림팀’ 연대를 재차 거론했다. 물론 두 사람은 “내 거취와 상관없다”(정 전총장),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한다”(진 전장관) 며 아직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주도의 공고한 경선구도에 손 전 지사의 탈당 쇼크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손 전지사와 이 전 시장이 지지 층이 (40대 수도권, 화이트 칼라) 겹치는 점을 감안하면, 손 전 지사의 지지표 5%가 이 전 시장에게 넘어 올 것이라는 분석이 많지만 오히려 손 전지사가 장외에서 선전할수록 이 전시장의 표를 빼앗아 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태희 기자 good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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