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음악을 그 시대의 연주 양식으로 재현하는 것을 원전연주, 정격연주, 시대연주 등으로 부른다. 지난 세기 중반부터 이런 움직임이 나타났는데 점점 붐을 이루더니 이제는 클래식 음악계의 블루오션으로 자리 잡았다.
사실 당대에 어떻게 연주했느냐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다. 그래서 오히려 다양한 해석과 접근이 가능하다. 연주자의 창의성을 제한하는 것이 클래식 음악 위기의 한 이유로 거론되는 만큼, 암호 해독하듯 옛 악보를 풀어나가며 나름대로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이야말로 연주자에게도, 관객에게도 흥미로운 작업 아니겠는가.
조르디 사발은 그 중에서도 한층 뚜렷한 블루오션의 개척자다. 원전연주는 영국과 네덜란드가 주도했고, 그 주류가 바흐나 헨델 혹은 그보다 앞선 몬테베르디를 집중 탐구한 데 반해 스페인 출신의 사발은 조국과 프랑스의 옛 음악을 더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프랑스의 바로크 음악가 생트 콜롱브와 마랭 마레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 을 보았는가. 이 영화의 음악을 사발이 맡았는데 비올라 다 감바라는, 첼로와 유사한 옛 악기를 통해 프랑스 바로크 음악이 얼마나 섬세하고 그윽한 울림을 지녔는지 대중적으로 알렸다. 사실 사발이야말로 학자요 지휘자인 동시에 현존하는 최고의 비올라 다 감바 연주자이기도 하다. 세상의>
사발은 악단을 여러 개 거느리고 있으며 자신의 음반을 전담하는 회사도 갖고 있다. 그렇지만 사발을 상업적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옛 음악의 유형에 따라 가장 적합한 연주를 펼치고 이를 세상에 알린다는 목표에 따라 모든 것을 시도하며, 오로지 음악만을 위한 구도자적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와 딸도 사발의 작업에 동참하고 있는 일급 음악가들이다.
사발이 세 번째로 한국을 찾아 24일부터 27일까지 대전, 서울, 통영에서 연주회를 갖는다. 이번에 데리고 올 르 콩세르 드 나시옹은 18세기 관현악곡 연주에 주력하는 악단이다. 덕분에 헨델의 곡도 레퍼토리에 포함되었다. <세상의 모든 아침> 의 그윽한 분위기를 원하는 분이라면 비올라 다 감바 독주회로 펼쳐지는 사발의 리사이틀(3월 26일 영산아트홀)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무지크바움 대표 유형종
*음악ㆍ무용 칼럼니스트이자 음악감상실 무지크바움(www.musikbaum.org) 대표인 유형종(46) 씨가 '막전막후'의 새 필자로 합류했습니다. 유 씨는 기존 필자인 극작ㆍ평론가 장성희씨와 격주로 '막전막후'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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