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마카오 BDA 은행에 동결된 북한자금 2,500만 달러 전부를 풀어주기로 북한과 합의했다. 당초 절반 정도를 해제할 것이라는 예상을 넘어 북미간 핵 협상을 가로막은 가장 큰 걸림돌을 단번에 제거한 것이다.
이에 따라 2ㆍ13 북핵 6자 합의가 다짐한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관계정상화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무엇보다 미국이 선결 요구조건을 충족시키는 성의를 보인 만큼, 북한도 이제야말로 진정 성실한 자세로 비핵화 약속과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 나가기 바란다.
어제 미국이 공식 발표한 합의를 통해 미국과 북한은 각기 명분과 실리를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북한 자금의 불법성을 이유로 핵 협상 중단을 무릅쓰던 자세를 바꾸는 대신, 북한에게서 이 자금을 인민의 삶을 향상시키는 인도적 목적에만 쓰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또 BDA 제재조치는 그대로 유지, 애초 북한 자금 동결이 대량살상무기 확산과 국제 테러, 마약 밀수 등을 막기 위한 국제 금융감시와 규제의 일환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객관적 시각에서는 이번 합의는 오히려 북한에게 명분 상 가치가 훨씬 크다. 북한은 미국이 BDA를 통한 위조달러 돈세탁 등 현실적 타당성이 없는 혐의까지 내세워 금융제재를 가한 것을 북한체제 인정과 평화적 공존을 거부하는 조치로 인식, 강력하게 반발해왔다.
따라서 미국이 완강히 움켜쥐고 있던 채찍을 내려놓은 것은 겉치레 명분이 무엇이든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수용, 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뜻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북한도 동결자금이 해제되는 즉시 영변 핵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혀 '행동 대 행동' 약속을 지킬 뜻을 분명히 했다. 북미의 이 같은 협력 자세가 지속될지는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국제사회에 공언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구축 다짐을 뒤집는 것은 예상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각자 국익에 이롭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사회도 마냥 의심과 우려를 되뇌기보다는 큰 틀의 변화를 내다볼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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