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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극지의 해' 한국도 탐험 대열에/ "남극 빙하에 숨은 100만년 전 과거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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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극지의 해' 한국도 탐험 대열에/ "남극 빙하에 숨은 100만년 전 과거를 찾아라"

입력
2007.03.19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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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년 전 과거를 찾아 한국 과학자들이 떠난다. 과거가 묻힌 곳은 남극의 만년빙하다. 그 중에서도 사람의 발길을 거부해온 미개척지다.

2007~08년 국제 극지의 해(International Polar YearㆍIPY)를 맞아 ‘지구 온난화의 비밀’을 캐려는 세계 과학자들이 북극과 남극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국해양연구원 산하 극지연구소를 중심으로 최초의 남극 종단 등 18개 연구프로젝트를 수행할 계획이다.

●3개월간 2,600㎞ 종단

50년마다 돌아오는 국제 극지의 해에 우리가 당당히 발을 들여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남극대륙 미개척지인 돔A 종단 프로젝트는 세계의 관심을 끌 만하다. 한국과 중국이 공동 수행할 이 과제는 30톤급 빙상차 6대를 동원, 3개월에 걸쳐 남극의 깊은 내륙까지 1,300㎞를 들어가 빙하를 시추하는 연구다. 왕복 2,600㎞의 대장정이다.

돔A는 1997년 중국 탐사팀이 루트를 개발한 끝에 2005년 처음 사람의 발길을 허락한 곳이다. 올 겨울 6대의 30톤급 설상차가 돔A로 떠나며 이 중 한 대가 한국 탐험대를 싣고 가게 된다. 연구자들은 연구용 설비는 물론, 생존에 필요한 식량과 장비 등을 꼼꼼히 챙겨 극지에서의 생존투쟁과 연구를 병행해야 한다.

시추 자체도 만만치 않은 기술이다. 돔A 종단 프로젝트를 책임진 극지연구소 홍성민 책임연구원은 “내년까지 500m를 파내려 갈 예정이며 길게는 10년쯤 걸려야 3,000m 이상 시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빙하 채취는 아이스코어(시추기)로 지름 10㎝ 원통모양의 구멍을 뚫어 얼음을 꺼내는 걸 말한다.

깊이 파 내려가면 구멍 주변의 얼음 압력에 밀려 빈 구멍이 막히기 때문에 항공유를 넣어둔다. 항공유는 얼지 않고 밀도가 얼음과 비슷해 지하의 빙하가 밀고 들어오지 않도록 막아준다.

●100만년의 눈을 지닌 처녀지

돔A 지역이 관심을 끄는 건 100만년 전에 내린 눈을 보존할 가능성이 높은 유력한 후보지이기 때문이다. 남극대륙은 과거에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차곡차곡 쌓인 채 얼어있어 과거 기후를 복원하는, 환상의 재료가 된다. 깊이 팔수록 오래 된 얼음이 존재하지만 내려갈수록 지열 때문에 과거의 흔적이 녹아 없어진다.

지금까지 빙하를 통한 과거 기후 복원 기록은 유럽 공동 연구팀이 얻어낸 74만년 전의 것이 최고(最古)다. 일본 연구팀이 이를 넘어서기 위해 깊이 3,025m를 뚫었지만 시추한 빙하의 연대는 72만년 전에 그쳤다. 일본팀은 잔뜩 기대했지만 지난해 두 손을 들었다. 밑바닥 얼음이 녹아버리고 없었던 것이다.

돔A 지역은 빙하층이 두터워 다른 곳보다 오랜 과거의 빙하를 간직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적설량이 아주 적은 내륙지역이라 같은 두께의 빙하라도 더 오랜 과거의 눈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한·중 연구팀의 예상이 맞아떨어진다면 지구의 고기후 복원은 70만년에서 100만년으로 크게 확장된다. 극지연구소 김예동 소장은 “남극의 빙하를 연구하면 과거 기후가 어떤 주기로 변했는지 가장 상세히 알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미래의 기후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빙하는 기후를 말한다

남극의 빙하는 어떻게 과거의 기후를 증언하는 것일까. 얼음을 구성하고 있는 산소와 수소의 동위원소가 그 비밀이다. 같은 원소라도 중성자 수가 다른 동위원소들이 존재하는데 그 동위원소들 사이의 비율이 기온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진다. 그래서 남극의 빙하는 ‘지구 온도계’로 불린다.

또 눈이 내리던 당시 대기중에 있는 이산화탄소, 메탄가스 등도 함께 얼기 때문에 대기중 온실가스 함량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추정할 수 있다.

홍 연구원은 “이러한 온실가스의 변화와 기온의 변화를 비교하면 정말 온실가스가 늘었기 때문에 온난화가 초래된 것인지 인과관계를 밝혀낼 수 있다”고 말했다. 논란을 거듭하는 지구 온난화의 해답을 찾아 과학자들이 남극으로 몰려가는 이유가 여기 있다.

얼음의 연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동위원소의 비율에 따라 기온변화를 추적하면 여름과 겨울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주기성이 나무의 나이테처럼 빙하의 나이테를 만든다.

지표에서부터 이를 죽 세어 내려가면 3,000m 깊이의 얼음의 연대를 알 수 있다. 이렇게 무지막지한 방법을 기초로 삼고, 강수량과 압축률을 계산해 얼음 깊이에 따라 연대를 추정하거나, 해양퇴적물 기록과 비교함으로써 연대를 보정한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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