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19일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이로써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은 물론 범 여권을 포함한 대선 구도 전체가 변화의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한나라당의 압도적 우세가 계속되던 대선 판세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손 전 지사는 '전진 코리아' 등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배제한 제 3세력 또는 중도세력 규합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대선이 한나라당과 중도 개혁 세력, 기존 여권 등 3자 내지 다자 경쟁 구도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손 전 지사는 부인했지만, 정계개편 과정에서 범 여권쪽으로 합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5% 안팎의 지지도와 동반 탈당 의원 등 추종 세력이 미약하다 점에서 손 전 지사의 잠재력에 의문을 표시하는 이들도 있다.
손 전 지사의 탈당으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간 완충 지대 없는 맞대결로 짜여지게 됐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오후 백범 기념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늘 낡은 수구와 무능한 좌파의 질곡을 깨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새 길을 창조하기 위해 한나라당을 떠나기로 했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손 전 지사는 "이 길이 죽음의 길인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나 개인이 국민과 당원들로부터 '참 괜찮은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을 지키기보다 자신을 던져 정치의 기본 틀을 바꾸는 데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지금의 한나라당은 군정의 잔당들과 개발독재시대의 잔재들이 버젓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며 "그들은 대한민국의 역사와 미래를 거꾸로 돌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고 변화를 위한 고통을 거부하고, 통합과 상생의 길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는 이 같은 탈당이유 보다는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는 지지율과 당내 세력 부족 등 현실적 한계 때문에 탈당결심을 굳혔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손 전 지사는 이어 범 여권 합류가능성에 대해 "(여권이) 이 정권의 실정과 국민의 마음을 찢어놓은 데 대해 분명히 사죄한 가운데 새로운 정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앞으로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우리당과 통합신당모임, 민주당은 "용기 있는 결단"이라며 손 전 지사의 탈당을 환영했고, 민생정치 모임의 천정배 의원은 "손 전 지사가 대통합 신당을 만드는 데 참여한다면 동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손 전 지사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교육에 대한 훌륭한 비전과 경영능력을 보여줬고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은 미래산업의 상징"이라며 "이런 분들이 대한민국 선진화와 미래를 향해 중요한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정치불신의 역사에 또 하나의 획을 긋는 게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고, 민노당은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 국민은 철새의 도박을 지켜봐야 하느냐"고 비난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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