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진전의 고비가 될 한반도 비핵화 실무그룹 회의가 북한의 소극적 자세로 인해 사실상 ‘공전 상태’로 첫 회의를 종결했다. 북측은 미국의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계좌 동결 해제를 마지막까지 지켜보고 협의에 나서겠다는 자세를 취했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이틀에 걸쳐 열린 실무그룹 회의 시간은 총 2시간 30분에 불과했다.
북한은 17, 18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비핵화 워킹그룹 회의에 이틀 연속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 대신 김성기 주중 북한대사관 공사를 실무그룹 대표로 참석시키는 몽니를 부렸다. 반면 한국 미국 중국 등 주요 당사국은 6자회담 수석대표가 실무그룹 회의 대표로 참석했다. 김 부상은 의장국인 중국과도 회동을 갖지 않고 북한 대사관에서 이틀을 보냈다.
이러다 보니 모든 핵 프로그램 신고 및 모든 핵 시설의 불능화에 대한 6자 당사국간 협의는 겉돌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날 1시간 만에 종결된 실무회의에서 북측의 수석대표인 김성기 주중공사는 “다른 나라들이 의무를 다해야 우리도 의무를 이행한다”며 BDA 자금 동결 해제 지체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미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곧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른 시간 내의 해제 신호를 줬지만 북측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5자 당사국이 제시한 신고와 불능화 등 차기 단계의 구체적 행동 및 시간 계획에 대한 논의는 진전을 보지 못했다. 6자회담에 밝은 정부 당국자도 “북측에서 재량권을 가진 인사가 참석한 게 아니어서 정해진 입장만 밝혔을 뿐 내실 있는 토의가 이뤄진 게 없다”고 털어놓을 정도였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 비핵화 실무회의 의장을 맡은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이 전날 각국의 기조연설을 토대로 “초기조치 이후 행동과 시간 계획을 앞으로 계속 논의해 나가자”고 말했지만 북측의 자세는 냉랭했다.
북측의 김 공사는 “초기단계도 안된 상태에서 급하게 할 게 뭐 있느냐”고 말했다. 김 공사는 그러면서도 “신고나 핵 시설 무력화(불능화)를 다 하겠다”고 말해 BDA 해결 뒤에는 적극적으로 비핵화 협상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우라늄 농축 시설에 대해 증거를 제시하면 얼마든지 해명하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BDA 문제만 종결되면 영변 5개시설에 대한 북측의 폐쇄조치 이행을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베이징=정진황기자 jhchung@hk.co.kr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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