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은 흔히 ‘공복’(公僕)이라고 불린다. ‘국민의 심부름꾼’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공무원들이 근무하는 관청의 주인은 누굴까. 말할 것도 없이 국민이다. 공무원들의 심부름을 위해 세금을 걷어 건물을 지어주고, 집기도 넣어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 부처 기자실 축소와 관련한 논란을 보면 심부름꾼의 집주인 행세가 지나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며칠 전 기자와 만난 국정홍보처의 한 간부는 “기자실 폐쇄 결정이 내려지면 언론의 반발이 클 것 같다”는 지적에 “주인이 나가라는 데 방 빼야지 (언론이) 별 수 있나”라고 말했다. 그가 이 문제에 관한 실무책임자라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그냥 넘길 말이 아니다.
그가 말하는 주인은 누굴까. 일단 국민은 아닌 것 같다. 홍보처는 이 일을 추진하면서 한 차례도 국민 의견을 묻지 않았고, 앞으로 물을 계획도 없단다. 이 문제가 국민의 알 권리와 직결된다는 점을 의식한다면 이렇게 무심하지는 못할 것이다.
홍보처가 이 일에 착수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기자들이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 기사를 담합한다”며 실태조사를 지시한 이후다. 홍보처는 곧바로 해외사례 수집에 들어갔고, 이달 말 대통령에 조사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다. 그래서 최종 결정도 대통령이 내릴 가능성이 크다. 결국 그 간부가 염두에 둔 주인은 혹시 대통령이 아니었을까.
요즘에는 동 사무소에만 가도 ‘민원인이 주인입니다’는 팻말을 걸어놓고 친절 캠페인을 벌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위에서는 아직도 자신을 주인인 양 착각한 채 하고 싶은 대로 하려고 하니 볼썽사납다. 홍보처는 국민의 알 권리를 주민등록등본 한 장 친절하게 떼 주는 것보다 하찮은 것으로 여기고 있는 걸까.
신재연 정치부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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