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스웨스턴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데이비드 E. 반 잔트(54) 학장이 최근 방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협약을 맺고 ‘비즈니스 법률전문가 과정’을 개설하기 위해서다.
미국 일리노이주에 있는 노스웨스턴대 로스쿨은 지난해 ‘유에스뉴스 앤 월드리포트’가 실시한 미국 대학 로스쿨 평가에서 190여개 중 12위를 차지했다. 최상위권 법학전문대학원이다. 특히 비즈니스 관련 법 분야에서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즈니스 법률 전문가 과정을 수료하면 노스웨스턴대의 정식 법학석사(LLM) 학위와 KAIST 총장 명의의 수료증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출국 하루 전인 14일 반 잔트 학장은 한국일보와 만나 “비즈니스 사업자 간에 국제적인 법률 분쟁이 많아지면서 법과 경영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법률 전문가 수요가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KAIST에 비즈니스 법률 전문가 과정 개설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했다.
반 잔트 학장은 한국의 모 금융지주회사 사장이 한 말을 들려 주는 것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경제 분야 전반에서 교역이 늘고 있는데 양쪽 나라의 법률에 능통한 전문가는 매우 드물어 일처리가 어렵다”는 게 일성이었다. 그는 그러면서 KAIST와 노스웨스턴 로스쿨의 LLM 과정에 대해 먼저 언급했다. 전ㆍ현직 법조인과 대기업 법무팀 인사들이 골고루 참여하고 있으며, 졸업생 중에는 지난해 미국 변호사 시험에 응시해 미시건주와 뉴욕주에 각각 2명과 1명이 합격했다고 소개했다.
새로 개설되는 비즈니스 법률 전문가 과정이 궁금했다. 그는 “한국에서 6개의 LLM과목과 2개의 MBA 과목 등 총 22학점을 1년 동안 듣게 된다”며 “노스웨스턴대 로스쿨의 현지 교수진들이 직접 방한해 수업을 이끌며 100% 영어 강의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등록금은 미국 현지 학교 수준인 4만1,470달러 정도가 들 것으로 보인다.
반 잔트 학장은 한국이 로스쿨 설립을 둘러 싸고 겪고 있는 갈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그는 “법조인 양성제도를 짧은 기간 안에 바꾸는 것엔 아무래도 무리가 따르지 않겠냐”면서도 로스쿨 제도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찬성의 목소리를 냈다. 의료 공학 건축 등 분야 전공자가 법조인이 될 경우 더욱 전문화한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는 “법률만 알면 세상 일에 어둡기 마련”이라며 “사법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전문교육을 실시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분야를 우선 경험해 본 사람들이 법조인의 길을 가는 게 더 실효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에 한해 로스쿨 설치를 허용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서는 선뜻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여건이 된다면 어느 대학이나 설립하게 해 주는 것이 좋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공급을 통제하기 보다는 수요가 공급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미국 정부는 로스쿨 설립이나 학생 정원 수 등을 전혀 통제하지 않고 있으며 다만 학교 자체적으로 ‘학생 인증제’ 등을 통해 우수 학생을 배출하려고 경쟁에 몰두할 뿐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는 정부가 로스쿨 설립의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경계 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허가제는 결국 대학 간 시설 과잉투자 등 출혈 경쟁을 낳고 유치에 실패한 대학들은 후유증만 크게 남을 것”이라며 “아무래도 자연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예일대 법학박사 출신인 그는 1985년 노스웨스턴대 로스쿨 교수로 임용돼 95년부터 학장을 맡고 있다.
글 박원기기자 one@hk.co.kr사진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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