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미국의 인텔이 중국 다롄(大連)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한다는 소식은 여러 생각을 떠올리게 했다. 그 중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것은 ‘중국 위협론’이 허구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었다.
중국 정부가 14일 25억 달러 규모의 인텔 웨이퍼 공장 설립 사업을 승인했다고 밝히자 대외 전략 투자에 민감한 미 정부를 의식한 인텔은 어떤 논평도 내지 않았다. 전자 무기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를 만드는 인텔이 ‘계산’하지 않고 중국을 선택했을 리 없다. 향후 인텔은 중국 땅에서는 결코 최첨단 제품을 생산하지도, 연구 개발(R&D)도 진행하지 않을 것이 뻔하다.
하지만 미 핵심기업의 중국 진출은 미국이 진정 중국을 위협적인 존재로 보는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지난달 딕 체니 미 부통령이 “중국이 위성요격실험을 하고 급속히 군사비를 늘이는 것은 중국의 화평굴기(和平掘起ㆍ평화발전) 전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중국 위협론을 잔뜩 부풀린 직후라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중국이 보는 현실은 전혀 다르다. 수 많은 외자기업을 유치했지만, 기술 이전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일례로 외국 자동차 기업들은 의무적으로 중국에 R&D 센터를 설립했지만 지엽적 아이템만을 연구한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자주창신(自主創新) 등 기술 독립을 국가 목표로 설정하고, 외국 기업의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술력을 확보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최근 친강(秦剛) 대변인조차 최근 중국 위협론을 거론하면서 국방비 투명성을 요구하는 서방에 대해 “속옷까지 다 벗으란 말이냐”라고 항변했겠는가. 중국 국방비는 450억 달러 수준으로 미국 국방비 6,230억 달러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중국이 올 1월 개발한 최신예 전투기 젠(殲)-10도 상징적이다. 이 기종은 미군의 F-16 A/B 보다 우월하고 F-16 C/D에 못 미친다. 하지만 미국은 F-16 기종보다 한수 위인 F-15를 20여년전부터 생산했고, 최근에는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F-22를 배치했다. 80년대 미국에서 풍미했던 일본위협론이 미일관계를 본질적으로 훼손하지 않았던 전계를 알고 있어서인지 많은 중국인들은 중국위협론도 미래의 라이벌을 주도면밀하게 견제하는 미국의 힘을 반증할 뿐이라고 말한다.
중국에 오래 근무한 한국 외교관은 “한국에 가면 중국을 위협적인 존재로만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어느새 우리에게 중국위협론이 뿌리내렸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 대기업 임원은 “휘황하게 발전하는 중국에는 지독히 가난한 농촌 등 그림자도 너무 많다”며 향후 수 십 년간 내부 문제와 씨름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자신의 시선이 균형을 잃으면 다른 누군가가 의도한 관점에 빠질 수 있다. 한 중국 지인은 동북공정 이후 한국의 중국관이 중국위협론에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맞댄 우리의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우리의 보수적 태도는 분명 이유있다. 하지만 우리의 대미관이 균형을 잃고 친미와 반미로 극단을 달렸던 전례를 볼 때 중국에 대한 균형된 시각은 분명 필요하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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