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과 갈등으로 몸살을 앓는 현대사회에 음악을 통해 화합과 하나됨을 표현했던 베토벤의 정신이 좋은 치료제가 될 수 있습니다.”
자타가 공인하는‘베토벤 마니아’인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조수철(58) 교수가 베토벤의 정신세계를 분석한 <베토벤 그 거룩한 울림에 대하여> 를 펴냈다. 책은 곧 서울대 출판부를 통해 발간된다. 베토벤>
조 교수는 베토벤이 작곡한 교향곡의 의미를 설명하고 각 작품에 나타난 음악적 특성과 베토벤의 심리 및 성격 사이의 관계를 해석했다. 조 교수는 베토벤의 음악을 3기로 나눴다. 1기에는 모차르트, 하이든의 음악을 모방했다. 2기는 투쟁의 시기로 자기가 처한 운명에 맞서 투쟁하는 심리가 지배적이었다. 교향곡 <운명> 같은 곡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3기는 초월의 시기로 자신의 운명을 수용하는 자세가 보인다. 갈등이 해결되어 음악도 평화롭다. 운명>
조 교수는 또 정신과 의사가 베토벤과 상담하는 내용을 다룬 희곡을 쓰는 중이며 내년 초 출판할 예정이다. 직접 촬영한 베토벤 관련 사진을 엮은 화보집과 베토벤 연구를 정리하고 회고하는 <조수철이 만난 베토벤> 도 낼 계획이다. 조수철이>
조 교수의 베토벤 사랑은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교 2학년이었던 1965년 “공부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클래식 음악을 듣기 시작했던 그는 베토벤에 빠져 들었다. 베토벤 탄생 200주년이었던 70년 의대에서 가장 바쁜 본과 2학년이었는데도 시험 전날도 빠지지 않고 기념 음악회를 찾을 정도였다.
조 교수는 특히 “정신과를 전공하다 보니 베토벤의 심성 발달과 그의 음악적 표현 사이에 상관성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베토벤 음악을 학문적으로 활용해보자는 생각에 강의 시간에 주요 교재로 활용해 왔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베토벤 음악의 핵심 사상을 ‘대극(對極)의 합일(合一)’로 정리했다. 그는 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과 9번 ‘합창’ 등을 예로 들면서 “성악과 기악, 종교와 세속, 인간과 자연, 남성과 여성, 전통과 개혁 사이의 변증법적 조화를 이뤄냈다”고 했다.
조 교수는 10년 전부터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의학과 예술’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그는 “악보에만 집착했던 음대생들이 악보 안에 담겨있는 음악가의 삶과 정신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며 호응을 할 때 기쁘다”며 뿌듯해 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