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ㆍ백석현 옮김 / 야그 발행ㆍ752쪽ㆍ1만5,000원
‘이 사람들 영혼 밑바닥엔 시궁창이 자리잡고 있지 / 게다가 이 시궁창이 정신을 가지고 있으면 사정은 더 안 좋아’ (‘섹스 없는 순결’ 중) ‘섹스 없는 순결이 힘든 사람은 그런 순결을 지키지 말아야 해 / 안 그랬다간 지옥으로 가는 거야’ 책이 말하는 지옥이란 ‘영혼이 더렵혀지고 영혼 자체가 발정 나게 되’는 곳이다. 철학자 니체(사진)가 거푸집을 벗고, 섬광처럼 살아 났다.
그의 대표작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가 일대 변신을 했다.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라며 제목만 바뀐 게 아니다. 이 책은 원래 개념과 추상의 철학 서적이 아니라 생생한 이미지와 운율로 가득 찬 시들의 모음이라는 데 주목한다. 짜라두짜는> 차라투스트라는>
니체가 살아 와 대화라도 건네듯 현대적인 언어를 시적으로 구사했을 뿐더러 본문의 배열도 시집처럼 편집, 빽빽한 글자들의 철학 서적에서 니체를 해방시켰다. ‘선과 악에 관한 창조자가 되려면/ 먼저 가치를 파괴하고 부숴야 돼(34 : 41)’
이론의 여지가 있을 법한 자리에 달아 둔 각주들은 이 번역이 고심 끝의 결과임을 말해 준다. “어차피 둘 중 하나 밖에 나타낼 수 없다면 구태여 우의역할 필요가 없”다든가, 집필 당시 니체의 심리적 정황 등을 근거로 해 이렇게 옮겼다는 등의 설명은 지금껏 관습적으로 이해돼 온 니체의 본령을 보여주려는 시도다. 저 같은 각주가 388개다.
‘하지만 친구! 이제 내 가슴 속의 가장 은밀한 이야기를 해 줌세. / 만약 신들이 정말 있다면 / 자네나 나는 자신이 신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참을 수 있지? / 그러니까 신은 없는 거야!’
옮긴이 백석현 씨는 전문 번역가로, 지금 유럽을 배낭 여행중이다. 지면상 미처 주석을 달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출판사 도메인(www.yaague.com)의 번역자 블로그를 통해 계속 확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생생하고 리드미컬한 운문인 원저의 운율을 살리기 위해 네 음절인 짜라두짜로 택했다”고 출판사측은 말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