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이 더 소중해/"박지기 글ㆍ원유일 그림 / 녹색동화 발행ㆍ176쪽ㆍ8,000원
해안도로 공사가 시작된 서귀포 재오름마을은 온통 축제 분위기다. 그러나 열한 살의 순임이는 도로공사가 그다지 반갑지 않다. 더 이상 비가 오면 물 웅덩이에서 참방거리거나 흙길을 놀이터 삼아 친구들과 뛰놀 수 없기 때문이다.
포장도로에 버스가 다니게 되면 조개 캐고 전복을 따 순임이 남매를 하루하루 먹여 살리는 할머니에게 버스비를 달라고 할 자신도 없다. 마을사람들이 고대하던 잔칫날 어린 동생 순호가 가슴을 쥐어뜯고 쓰러지는데…
‘서로 도우며 살아가야 하고 그러는 것이 사람의 도리’ 라고 학교에서 배운 가르침이 얼마나 순진한 도덕률인가를 순임이가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도로공사할 돈으로 동생을 살려달라’고 하소연하는 이 소녀에게 시청직원은 ‘그런 것은 우리 담당이 아니다’ 라며 딴청을 피우고, 새 도로에 마음을 빼앗긴 마을 어른들은 오히려 “그 많은 아픈 사람을 나라에서 어떻게 다 살려줘?” 라고 반문한다.
동생의 심장병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물질을 나갔던 할머니가 죽음을 맞고, 결국 큰 일을 당해야 관심이라도 기울이는 척 하는 어른들의 세계를 맞닥뜨리는 순임의 비극은 기실 현재진행형이다. 동생의 생명보다 도로공사가 왜 더 중요한지를 묻는 수많은 순임에 대해 우리 사회가 들려줄 말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문명의 발전과 생명의 소중함이 상충되는 현실’을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칠까라는 고민 때문에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책의 기획의도처럼 생명과 개발주의, 빈곤에 대한 사회적 책임 같은 딱딱한 주제들을 고민해보는 것도 좋겠다. ‘사람들은 홀로 살 수 없고, 누군가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손을 뻗쳐줄 수 있는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라는 소박한 교훈을 한번쯤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만 있어도 책을 읽은 보람은 충분할 것 같다. 초등학교 3,4학년 이상.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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