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세계에 매혹된 사진가 다이앤 아버스/퍼트리샤 보스워스 지음ㆍ김현경 옮김 / 세미콜론 발행ㆍ464쪽ㆍ2만5,000원
미국 사진작가 다이앤 아버스(1923~1971)는 ‘이상한 것의 마법사’로 불린다. 그의 사진은 이상한 것들, 금기시되는 것들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똑같은 옷을 입고 있지만 전혀 다른 표정의 일란성 쌍둥이, 장난감 수류탄을 들고 성난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 좁은 거실에서 보통의 신체 조건을 가진 부모를 내려다보는 거인, 서커스단 난쟁이, 복장 도착자, 나체주의자….
부유한 유대인 가문의 딸로 태어나 우울증으로 손목을 그어 생을 마감하기까지, 그는 그의 사진 만큼이나 평범치 않은 삶을 살았다. 예술적 감수성이 풍부했던 소녀 아버스는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지, 무엇이 실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끊임없이 생각했다. 또 지하철을 타고 이상한 승객들을 관찰하는 모험을 하곤 했다.
13세에 아버지가 경영하는 백화점에서 일하던 앨런 아버스와 사랑에 빠져 18세에 결혼해 두 딸을 낳았고, 남편과 함께 패션 사진작가로 활동했다. 하지만 여배우와 사랑에 빠진 남편과 별거하면서부터 자신만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는 괴짜들, 기형인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했고 감명을 받았다. 피사체를 찾아 새벽 2시의 뉴욕을 배회했고, 바이킹 모자를 쓴 맹인 걸인의 사진을 찍기 위해 그와 함께 밤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초상 사진을 찍는 것은 누군가를 유혹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기형인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연민이 아닌 동질감과 친밀감이었다.
뼈 질환으로 죽어가는 240㎝ 171㎏의 거인 에디 카멜의 사진을 찍기 위해 거의 10년 동안 그와 교류하며 우정을 나눴다. 나체주의자들을 카메라에 담을 때는 그 역시 나체였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아버스를 공허하게 노려보던 기형인들은 아버스가 그 무리의 일원이 되자 마음을 열고 포즈를 취해줬다.
저자는 아버스의 삶을 스쳐간 200여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해 그의 인생을 치밀하게 재구성했다. 저자 역시 아버스의 모델로 그의 카메라 앞에 선 경험이 있다. 하지만 아버스가 찍은 사진들이 실려있지 않다는 것은 이 책의 큰 약점이다. 유족들의 뜻에 따른 것이라고 하는데, 그의 사진을 보지 않고 그의 인생을 이해할 수 있을까.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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