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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무지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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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무지개 나라

입력
2007.03.16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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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서는 우리나라를 '솔롱고스'라 부른다. 몽골어 '솔롱고스'는 한국을 일컫는 고유명사이면서 동시에 무지개를 가리키는 보통명사이기도 하다. 몽골에서 한국은 곧 '무지개 나라'인 셈이다. 몇 해 전 여름 몽골 여행을 갔을 때, 끝없이 펼쳐진 대초원보다 더 놀라운 것이 그 곳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무지개라 부른다는 사실이었다.

● 몽골인이 붙여준 서정적 이름

우리나라가 그처럼 서정적인 단어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정작 나 자신은 그때까지 단 한 번도 우리나라와 무지개를 연결시켜 본 적이 없어 더 놀랐다.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우리나라와 무지개 사이에 도드라지게 닮은 구석은 없지 않은가.

한국을 일컫는 몽골어 '솔롱고스'는 확실히 이례적인 것이다. 중국어 '한궈'와 일본어 '강코쿠'는 한국(韓國)을 자국의 한자음대로 읽은 것이고, 그 외 나라에서는 대체로 '코리아'를 자국의 발음과 표기 체계에 맞게 변용해서 사용한다.

우리나라를 한국이나 코리아 말고 다른 단어로 일컫는 나라가 더러 있을 수는 있겠지만, 무지개처럼 서정적인 단어로 부르는 나라는 아마도 지구상에 몽골이 유일할 것이다.

몽골에서 우리나라를 왜 무지개라 부르는지 다양한 설이 있다. 태양과 무지개가 뜨는 동쪽 나라라고 그렇게 부른다는 설도 있고, 무지개를 찾아 동쪽으로 간 사람들이 세운 나라라고 그렇게 부른다는 설도 있다.

원나라 순제가 기황후를 맞은 후 고려를 무지개 나라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설도 있고, 원나라에 공녀로 끌려온 고려 소녀들이 색동저고리를 입고 와서 고려를 무지개 나라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설도 있다. 어느 설을 따르든, 몽골 사람들이 우리나라가 무지개와 닮아서 우리나라를 무지개 나라라고 부른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몽골 여행에서 돌아온 후 나는 혹시 우리나라가 무지개와 닮지 않았는지 한동안 두리번거렸다. 검은 아스팔트와 잿빛 콘크리트 더미에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역시 무지개와 털끝만큼도 닮은 구석이 없었다.

그러나 그 해 가을 문득 우리나라 자체가 거대한 무지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록달록 단풍이 곱게 물든 가을산은 마치 무지개를 걸어둔 듯 요란했다. 모래와 풀밖에 없는 몽골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 이 나라가 바로 무지개 나라다

냉정하게 판단할 때, 우리나라의 자연경관이 도드라지게 아름답지는 않다. 해외여행을 한두 번만 다녀와도 우리나라의 자연경관이 얼마나 밋밋하고 소박한지 충분히 깨달을 수 있다. 당연하지 않은가.

우리가 비싼 돈 주고 다녀오는 해외여행지는 전 세계에서 아름다운 곳만 추리고 추린 곳이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우리나라의 자연경관은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흔해 빠진 것이다.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불공평하다.

우리나라 자연경관에 화려하고 웅장한 아름다움은 없지만, 수수하고 담백한 맛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은 풀밖에 없고 사방으로 지평선이 펼쳐진 몽골 초원에서 경이로움을 느낄 테지만, 몽골 사람들은 개나리 진달래 철쭉 등 온갖 봄꽃들이 울긋불긋 피어난 한국의 야산에서 경이로움을 느낄지도 모른다. 우리 눈에 삭막하게만 보이는 이 나라가 바로 무지개 나라다.

전봉관 / 한국과학기술원 인문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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