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격투기 파이터 최홍만(218㎝)이 격투기 인생의 기로에 서 있다. 최홍만은 지난 4일 열린 K-1 월드그랑프리 2007 요코하마대회에서 이류급 복서 출신 마이티 모에게 오른손 훅 한 방을 얼굴에 맞고 링 위에 대(大)자로 누워버려 충격을 주었다. 2005년 K-1에 데뷔한 이후 3번째 패배(통산 9승3패).
최홍만은 화려한 기술은 없지만 큰 키와 타고난 쇼맨십으로 2년 여라는 짧은 기간에 K-1을 대표하는 파이터로 성장했다. 한때 이번 대회에서 슈퍼헤비급 챔피언에 오른 세미 슐트를 꺾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최홍만이 거둔 9승을 살펴보면 몇몇 선수를 제외하고는 그의 상품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K-1측의 전략적 측면을 엿볼 수 있다.
최홍만은 패배 직후 "연습을 소홀히 했다. 앞으로는 TV 출연 등을 자제하고 훈련에만 매진하겠다"고 자책했다고 한다. 피도 눈물도 없는, 오로지 힘의 논리 만이 지배하는 사각의 링에서 싸우는 파이터에게 생존의 법칙은 훈련뿐이다. 그러나 최홍만은 대한해협을 오가며 TV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했고, 타고난 끼를 주체 할 수 없었는지 그 자체를 즐겼다.
지난해 천하장사 출신 이태현도 프라이드 데뷔전에서 졸전 끝에 패한 후 "맞아 본적이 없다. 얼굴을 맞아 보니 정말 아프더라"고 토로한 적이 있다. 최홍만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공격도 중요하지만 먼저 맞는 법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 복싱에서는 펀치력보다는 맷집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아무리 테크닉이 뛰어나고, 강펀치의 소유자라고 해도 '유리 턱'을 갖고 있으면 챔피언 벨트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맷집' 하니까 생각나는 복서가 있다. 바로 김사왕이다. '맷집의 화신'으로 불렸던 김사왕은 그러나 WBA 페더급 챔피언 에우제비오 페드로사(파나마)에게 맞기만 하다가 8회 KO패하고 말았다.
동남아의 2류 내지 3류급 복서들만 상대하던 김사왕이 결국 페드로사와의 게임에서 진정한 주먹을 난생 처음 맞아 본 것이었다. 결국 김사왕은 페드로사와의 경기 이후 이미지에 크게 상처를 입고, 급격히 몰락의 길을 걸었다.
링 위에서 최홍만을 도와 줄 사람은 없다. 오로지 훈련으로 자신의 기량을 최고로 만드는 길 뿐이다. 미모의 연예인들이 나오는 쇼 프로그램에서 농담이나 주고 받거나, 억지 웃음을 지으며 자신을 희화화 하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철저한 자리 관리로 사각의 정글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필살기를 체득해야 한다.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할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한 대라도 더 맞는 훈련을 하는 것이 낫다.
한 유명 스포츠 스타의 자기 관리 일화를 한 토막 소개한다. 오래 전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던 그를 고교 은사가 찾았다. 그 때가 밤이었던 모양이다. 그 스타의 아내는 찾아온 사람이 은사 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남편이 취침해야 할 시간이라며 정중히 인근의 호텔로 안내했다는 이야기다.
우리 정서로 보면 지나친 감이 있지만 그 정도로 자기 관리를 해야 세계 최고가 될 수 있고, 또 그 자리를 오래 지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화다.
최홍만은 이런 일화에서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최홍만도 세계 최강의 파이터가 되고 롱런하려면 순간의 쾌락을 위해 시간을 허비 하지 말고, 욕망도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 두 마리 토끼를 쫓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여동은 스포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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