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반감 격화… 美, 추가 제재 검토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83) 대통령이 최대 정치위기를 맞았다. 최근 무자비한 야당 당수 폭행사태가 국내외에서 거센 비난을 초래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추가 제재 검토에 착수했다. 국내에선 경제난으로 높아진 반정부 감정에 기름을 부었다.
야당인 민주변화운동(MDC)의 모간 창기라이(55) 당수는 11일 연합기도 모임에 참석하려다 경찰에 불법 체포돼 심한 고문을 당했다. 두개골, 뇌 손상과 함께 내출혈 증세도 보이고 있다. 14일 병상 인터뷰에서 그는 “투쟁과 희생이 없이 자유도 없다”며 지지자들에게 반정부 투쟁을 지시했다. 정부는 바리케이드와 트럭으로 MDC 당사를 봉쇄하고 “반정부 폭력사태는 엄정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정국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무가베 대통령은 창기라이 당수 폭행사태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서구 언론에 대해 “짐바브웨 정부를 비판하면 교수형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임전무퇴’의 자세를 보였다.
무가베의 야당탄압은 경제난과 맞물려 거세지고 있다. 짐바브웨는 1,700%를 넘는 인플레이션과 80%의 실업률, 식량과 에너지, 외화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위기는 2000년 백인농장을 몰수해 재분배한 농지개혁의 실패에서 비롯됐다. 저급한 농업기술과 서방의 경제봉쇄로 한때 아프리카 2위이던 짐바브웨의 경제는 급속히 추락했다.
짐바브웨의 위기는 무가베의 집권연장 기도로 인해 한층 높아졌다. 1980년 영국에서 독립한 짐바브웨를 27년째 통치하고 있는 무가베는 내년 3월 법적인 임기를 마친다. 대선을 2년 연장해 임기 자동연장을 꾀하던 무가베는 법 개정 등이 난항을 겪자 이번에는 내년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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