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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도박사의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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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도박사의 오류

입력
2007.03.15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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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움직이는 키워드에 '도박사의 오류(gambler´s error)'라는 게 있다. '그 동안 계속 잃었으니 이번엔 딸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평소 승률이 50%라면 100번을 연이어 진 후라도, 101번째 이길 확률은 여전히 50%다.

야구에서 3할대의 타자가 2번 연속 출루에 실패하고 3번째 타석에 섰을 때 "이번엔 안타를 칠 확률이 거의 확실하니 투수가 조심해야"라고 말하는 것은, 그가 지난번 타석에서 안타를 쳤다는 이유로 "이번과 다음엔 아웃 될 것이 확실하니 투수는 아무 공이나 던져도 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 프로선수의 '2년차 징크스(sophomore syndrome)'라는 게 있다. 골프 야구 등에서 데뷔와 함께 센세이션을 일으킨 루키(rookie)는 다음 시즌엔 시들해 진다는 것이다. 루키 시절의 행운과 조건(심리적 각오와 주변의 응원 등)이 계속 이어지지 어렵고, 그러다 보니 평소실력이 나와 성적이 전년에 비해 떨어지게 된다.

'평균 회귀(regression to the mean)' 현상이기도 하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처럼 징크스가 없는 경우도 있으나, 그는 루키 때의 성적이 평소실력이었던 만큼 오히려 '평균 회귀' 원칙에 충실한 경우로 볼 수 있다.

■ 1차 세계대전 시절 '적의 포격으로 막 생긴 웅덩이에 뛰어 들면 안전하다'는 교육을 실시했다. 탱크나 군함에서 포격을 할 경우, 포신을 고정하고 계속 쏴대는 것보다 사각착지를 목표로 발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적의 의도를 역이용한 합리적 판단이다. 하지만 포신이 여러 개이거나, 항공기 융단폭격의 경우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첫 폭탄을 피한 병사가 웅덩이에 들어가 숨거나 그 자리에 그냥 있거나 다음 폭탄을 맞을 확률은 똑 같다. '도박사의 오류'는 결국 과거의 결과가 미래의 예측과 연관이 있느냐 단절돼 있느냐의 문제다.

■ 한나라당이 내년에 여당이 될 가능성은? 도박사(?)들은 "50% 이상의 확률을 갖고도 김대중씨에게 졌고, 또 50%의 가능성을 유지하고도 노무현씨에게 졌으니 이번엔 분명히 이긴다"면서 "5할 대의 타자가 삼세번 만에 한 번 안타를 못 칠까"하는 '오류'에 젖어 있다. '도박사의 오류'에 앞서는 개연성은 '평균 회귀'라는 명제다.

또 하나, 오류를 극복할 수 있는 전제는 '병사와 포탄'에서 보듯, 이전 상황이 미래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상호연관성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번에 한나라당이 성공할 확률은 5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똑 같다.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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