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택환·이정희 교수팀 나노입자 산화망간 활용
*암·치매·파킨슨병 등 조기진단·치료에 새지평
국내 연구진이 암세포 하나까지 볼 수 있는 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MRI) 조영제를 개발했다. 기존 MRI로는 보이지 않는 1㎜ 이하의 미세한 암은 물론, 아예 불가능했던 치매 파킨슨병 간질 등의 조기진단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현택환(42) 교수팀과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이정희(44) 교수팀은 15일 산화망간 나노입자를 활용한 MRI 조영제를 개발, 독일화학회지 5월호 표지논문에 실린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유방암이 뇌로 전이된 쥐에 새로 개발한 조영제를 넣어, 기존 MRI에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던 암세포를 선명하게 촬영했다. 이 조영제는 산화망간 나노입자에 유방암만 인식하는 항체(허셉틴)를 결합시킨 것이다.
현 교수는 “실험에서 0.7㎜의 작은 암조직까지 확인했으며 그 이하도 잡아낼 수 있다”며 “이는 산화망간 조영제가 기존 조영제와는 달리 세포 속까지 침투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희 교수는 “산화망간이라는 물질이 원래 생체친화적이어서 세포 침투가 가능한데다 일정시간이 지나면 모두 대사돼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김성태 교수는 “뇌의 경우 기존 조영제가 침투할 수 없는 혈뇌장벽이 있어 MRI가 더욱 제한적이었는데 새 조영제를 활용하면 치매 파킨슨병 등도 조기진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이번 연구로 미 국립보건원(NIH)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NIH는 오래 전부터 염화망간이라는 물질로 MRI 해상도를 높이는 조영제를 연구해 왔지만 치명적인 독성으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다 나노 전문가인 현 교수와 방사선 전문가인 이 교수의 환상 콤비에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2004년 산화망간을 나노 수준으로 균일하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 <네이처 머트리얼> 에 발표했던 현 교수는 2005년 말 우연히 이 교수의 세미나 발표를 듣고 전광석화처럼 공동연구를 제의했다. 네이처>
현 교수는 “처음 나노 산화망간을 만들었을 때만해도 MRI 진단에 활용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빠른 시일 내 임상시험을 거쳐 진단에 활용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부 창의적연구진흥사업과 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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