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태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마산 바다에 떠오른 소년 "혁명 불 댕긴 3·15의 혼"
초인적인 인내로 백혈병과 싸우다 올해 초 열 세 살의 나이로 숨을 거둔 고 이정표군(사진)의 병상일기가 책으로 나왔다. 파랑새출판사가 낸 <정표이야기> . 정표이야기>
초등학교 5학년 때인 2005년 4월 백혈병 판정을 받은 뒤 1년 9개월 간의 투병 끝에 올해 1월 14일 하늘나라로 간 정표에게 일기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방사선 치료, 골수이식수술 등으로 피를 토하고 침대에도 눕지 못할 정도로 아팠지만 정표는 세상을 떠나기 사흘 전까지 일기 쓰기를 계속했다.
치료를 위해 두 세달 씩 무균실 병동에 있을 때 정표는 “영혼 이탈이라도 해 저 푸르른 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했지만 결코 운명을 비관하지 않는다. 같은 병실에서 투병하던 친구가 먼저 세상을 뜨자 “비록 여기선 힘들었지만 하늘나라에 가서 잘 살아”라고 일기에 적었다.
정표는 자신이 죽기 1주일 전 “엄마 아빠의 결혼 기념일인데 꽃다발 하나 못 드려 죄송하다”고 쓸 정도로 어른스럽고 마음이 따뜻했다.
한창 나이에 먹고 싶은 것 못 먹고, 감옥 같은 병원에 갇혀 지냈지만 웃음을 잃지도 않았다. 그래서 일기와 사진, 만화 등이 담긴 이 책을 읽으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정표의 굳건하고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는 책이기에 수익금의 일부는 난치병 어린이의 소원을 들어주는 한국 메이크어위시 재단에 기부된다.
어머니 김순규씨는 “마지막까지 삶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던 정표의 일기가,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