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대 중 버스요금 대폭 인상 수천명 시위
*토지 강탈·부패관리 항의 연간 수만 건 달해
중국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가 진행되는 와중에 후난(湖南)성 남부에서 대규모 농민시위가 발생, 가난에 찌든 8억 농민의 불만이 중국 최대 정치ㆍ사회적 숙제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14일 홍콩과 서방 언론들에 따르면 후난성 용저우(永州)시 주산 마을에서 버스 요금 인상에 항의하는 농민들이 시위를 일으켰고, 경찰진압 도중 학생 1명이 죽고 농민 수십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시위는 주산마을과 용저우시를 오가는 노선버스의 요금이 지난 4일 6위안(720원)에서 10위안(1,200원)으로 오르며 촉발됐다. 월 소득이 500위안(6만원)에 불과한 농민들은 분개했다. 9일부터 수천명의 농민들이 지방청사와 경찰서 앞에서 연좌 시위를 벌였다.
사태는 시위대가 2만 명으로 불어난 12일 중국 당국이 1,500여명의 무장경찰을 투입, 무차별 진압하면서 악화했다. 농민들은 경찰 진압봉에 맞서 벽돌 투척으로 맞섰고, 이후 경찰차량이 불타는 등 사태는 폭동 수준으로 치달았다.
한 주민은 “학생 4명이 경찰에 맞아 다쳐 병원으로 갔는데, 그 중 한 학생이 숨졌다”고 말했다. 인권운동가 장지린은 “경찰이 노인, 어린이, 여자, 지나가는 행인들까지 마구잡이로 때렸다”고 전했다.
농민들은 버스 회사가 지방정부와 결탁해 요금인상을 감행했다고 전해 시위가 부패 관리들을 표적으로 한 시위임을 분명히 했다. 외신들은 “초기 단계에서 한 경찰이 마을을 싹 쓸어버릴 것이라고 위협해 농민 감정을 부추겼고, 경찰은 마을 내 경찰 가족들을 소개시켜야 할 정도”라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13일 광저우(廣州) 군구 소속 군병력을 용저우시와 주산마을에 투입, 도로를 차단하고 주산 마을에서는 사실상 통행 금지를 실시했다. 주민들은 “지방 관리들이 가가호호를 돌면서 요금 인상이 철회될 것이라고 달래는 한편 시위 주동자들을 색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인대에 참가중인 저우창(周强) 후난성장은 “시위는 버스회사와 대중 간 분쟁”이라고 말했다.
관측통들은 이번 시위가 분배 정의를 기치로 내건 전인대 개회 기간에 터졌고, 시위 양상도 대단히 격렬하다는 점 등을 거론하면서 “개혁개방으로 도농간 소득격차가 벌어지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강한 농민들을 달래야 하는 중국의 처지를 재확인시켰다”고 평가했다.
2005년 한해동안 중국에는 8만 7,000여건의 사회질서교란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중 상당부분이 토지를 빼앗기거나, 부패 관리에 항의하는 농민 시위일 정도로 농민의 불만은 팽배해있다. 중국에서는 하루 1달러 이하의 생활비로 살아가는 농민과 빈민이 1억명에 달하며, 지니계수(소득불평등지수)는 위험수준인 0.4를 훨씬 넘는 0.496이다.
최근에는 도시지역 실업자들이 급증하면서 실업인구가 새로운 정치불안 요소로도 대두하고 있다. 올해 구직 희망자 2,400만명 중 절반인 1,200만명은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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