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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禪)의 원류를 찾아서-중국 사찰 순례 / (상) “형상보다 본질 추구” 달마 가르침 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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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禪)의 원류를 찾아서-중국 사찰 순례 / (상) “형상보다 본질 추구” 달마 가르침 서려

입력
2007.03.14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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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산 달마동굴·이조암·삼조사…선종 6조의 수행현장 찾아가

*소림사주변 무술학원 성행 ‘씁쓸’

‘여하시조사서래의’(如何是祖師西來意).

중국 선불교(禪佛敎)의 초조(初祖) 달마(達磨ㆍ생몰년 미상)가 서쪽(인도)에서 중국으로 온 까닭을 묻는 이 말은 불교의 수행자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행하는 선문답(禪問答)의 전형이다.

중국 선불교는 2조 혜가(慧可ㆍ487~593), 3조 승찬(僧璨ㆍ?~606), 4조 도신(道信ㆍ580~651), 5조 홍인(弘忍ㆍ594~674)을 거쳐 6조 혜능(慧能ㆍ683~713)에 이르러 만개한다. 조계종(曹溪宗)이란 종명이 6조 혜능이 돈오(頓悟)을 설파했던 남화선사(南華禪寺)가 자리한 조계산에서 유래한데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 불교는 6조 혜능 남선종(南禪宗)의 맥을 잇고 있다.

조계종 중앙신도회 부설 불교인재개발원이 5~11일 순례단을 구성, 중국 선종 사찰을 탐방하며 선의 원류를 거슬러 올라갔다. 순례단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선승 고우(古愚ㆍ71) 스님과 60여 명의 신도로 구성됐으며 그들은 베이징(北京)에서 광저우(廣州)에 이르는 직선거리 2,400㎞ 이상을 움직였다.

중국 허난성(河南省)의 소도시 등펑(登封)을 둘러싼 숭산(嵩山)의 기슭엔 그 유명한 소림사(少林寺)가 자리하고 있다. 일반인에게는 배우 리롄제(李連杰)가 출연한 쿵푸 영화의 배경으로 유명하지만 불교에서는 중국뿐 아니라 한국 선종의 싹을 틔운 유서 깊은 장소이다.

사찰 주변엔 무술학원 50여 곳이 있다. 거기서 해마다 2만 여명이 무술을 배운다니 달마의 가르침은 온데 간데 없고 도장에서 배우는 무술만 남은 듯 했다. 무술을 통해서도 돈오에 이를 수 있겠지만 문득 ‘현대인이 형상에 집착하고 본질을 깨닫지 못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소림사 경내에 접어들었다.

달마가 머물렀다는 초조암(初祖庵), 입설정(立雪亭) 등은 관광객으로 북적거렸다. 관광객을 뒤로 하고 소림사 뒷편의 숭산에 오르니 달마가 9년 동안 면벽수행(面壁修行)한 달마동굴이 나타났다. 이 곳은 혜가가 달마에게 자신의 팔을 잘라 법을 구했다는 ‘단비구법’(斷臂求法)의 현장으로, 그 두 사람은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눴다.

“제 마음이 불안하니 이를 평화롭게 해 주십시오.” (혜가)

“네 마음을 꺼내 보아라. 그러면 마음을 평화롭게 해 주마.” (달마)

“아무리 찾아보아도 마음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혜가)

“이미 너의 마음을 편안케 해주었느니라.” (달마)

이렇게 대화하며 혜가는 내면을 통해 불안을 극복할 수 있음을 깨닫고 달마에 이어 2조가 된다.

달마동굴의 건너편 산에는 혜가가 머문 이조암(二祖庵)이 있다.

어느날 한 한센씨병 환자가 혜가를 찾아와 “죄가 많아 병에 걸렸으니 죄를 없애 달라”고 부탁한다. 혜가가 “네 죄를 갖고 온다면 그것을 벗겨주겠다”고 말하자, 환자는 “아무리 찾아보아도 죄를 발견할 수 없다”고 답하며 깨달음에 이른다. 이 환자가 바로 3조 승찬이다. 승찬 역시 구속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는 도신을 깨닫게 하여 4조를 잇게 한다.

고우 스님은 “혜가에서 도신에 이르는 조사의 말씀은 밖에서 구하려는 마음을 돌이켜 내면의 불성을 밝히는 행위, 즉 ‘회광반조(回光返照)’를 통해 불안과 죄의식,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소림사에서 후베이성(湖北省) 우한(武漢)을 거쳐 안후이성(安徽省) 시엔샨(潛山)의 천주산(天柱山)에 자리한 삼조사(三祖寺)를 찾았다.

일주문 앞에는 삼조사 방장을 비롯한 승려들의 환영 행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순례단은 예의상 응했지만, 고우 스님은 “이는 불필요한 형식에 불과한 것”이라며 행사 내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고우 스님의 행동은 선문답처럼 상대를 당황하게 만들어 단박에 깨닫게 만드는 일종의 가르침으로 느껴졌다. 본질을 추구하는 선의 진정한 모습과 달리 형상에 몰두하는 듯한 중국 불교계를 향한 쓴 소리였던 셈이다.

우한으로 돌아오는 길에 황메이(黃梅) 쌍봉산(雙峰山)에 위치한 사조사(四祖寺)를 들렀다. 순례단은 도신이 5조 홍인에게 법을 전한 전법당(傳法堂)을 찾아 법회를 열었고, 고우 스님은 “3조까지 이리저리 떠돌았던 것과 달리 4조부터 한 곳에 정주하면서 본격적인 전법을 행했다”고 전했다.

황메이(중국)=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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