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전형에 반영 부적절" "선발권 침해"
교육인적자원부가 고려대 2008학년도 대입 전형안 중 ‘글로벌 KU 전형’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 전형이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등을 전형 요소로 활용토록 해 국내 고교 출신 학생에게는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고려대는 이에 대해 “우수 학생 선발을 위한 특정 전형을 문제삼는 것 자체가 학생 선발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는 14일 고려대에 ‘글로벌 KU 전형’ 도입을 재고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전형 내용을 수정해달라는 요구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 전형의 주요 반영 요소는 SAT”라며 “국내에서 고교를 나온 학생들이 치르기에는 적합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재고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대학 진학을 희망하면서 SAT를 준비하는 학생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려대는 ‘글로벌 KU 전형’을 올해 신설했다. 인문ㆍ자연계 40명, 국제학부 10명 등 총 50명 정도를 선발하며, 국제학부는 국내 고교 출신은 뽑지 않는다. 전형은 SAT와 토플, 대학 학점 선(先) 이수제 등 서류 평가에서 50%, 고교 내신 성적 50%를 각각 반영한다. 고려대는 이 중 변별력이 가장 높은 SAT를 핵심 전형 요소로 삼을 전망이다. SAT 점수가 사실상 당락을 좌우한다는 뜻이다. 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기준도 없어 수능이 약한 학생도 지원할 수 있다. 현재 국내 고교생 중 SAT는 외국 대학 직행을 원하는 학생들이 집중적으로 치르고 있다.
고려대는 교육부의 요청에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박유성 입학처장은 “‘글로벌 KU 전형’이 국내 출신 학생에 국한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라며 “해외 고교를 졸업한 뒤 국내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도 대상인 만큼 교육부의 지적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고려대가 전형안 수정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제재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입시 전문가들은 교육부의 이번 조치가 최근 새 대입 전형안을 속속 발표한 주요 사립대를 사전에 길들이려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는 ‘고려대 글로벌 KU 전형’ 외에 주요 사립대의 전형안 중 외국어고를 비롯한 특수목적고 출신 등 특정 학생들을 겨냥한 전형이 있는 지 정밀 검토중이다. 특히 내신은 전혀 반영하지 않고 수능만으로 선발하는 전형을 주시하고 있다. 2008학년도 새 대입제도는 내신 위주의 전형을 유도하고 있는 만큼 위반 여부를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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