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프로야구 출범 25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야구발전 포럼’이 열렸다. 8개 구단 단장을 비롯해 학계,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각계의 스포츠전문가, 야구선수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토론 참가자들은 야구의 저변 확대, 마케팅 강화, 구장 인프라 개선 및 확충, 야구의 국제화, 제도개선 등 5개 분과로 나뉘어 온종일 씨름했다.
양적으로는 풍부했다. 저변확대를 위한 사회인 야구와 실업야구간 리그전 도입과 국내 전지훈련장 확보, 경기시간을 줄이기 위한 벌금과 포상금 제도 등 신선한 의견들이 많이 개진됐다.
하지만 FA 제도와 용병 제도, 샐러리캡 도입 문제, 자국선수 해외진출 허용방안 등 위기에 빠진 한국야구의 현안을 다루기엔 4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이 같은 논쟁은 난상토론에 그치는 등 또 다시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듯한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분과토의 후 발표에 급급해 ‘최초의 범 야구인 공개토론회’라는 포럼의 본질도 다소 빛이 바랬다. 공개토론회의 ‘단골메뉴’인 전체 질의과 답변 시간은 없었고, 분과토의 후엔 오로지 발표자와 듣는 이만 있었을 뿐이다. 참석한 야구팬 100여명은 자리만 채웠을 뿐, ‘관중’ 역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서로 말문은 텄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각종 논문에 나왔던 단편적인 부분을 모아놓은 것에 벗어나지 않았다”면서도 “그래도 처음으로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평했다.
한국야구는 더 이상 국내 최고의 인기스포츠가 아니다. 관중은 500만 명이 넘었던 10여년 전(95년) 보다도 200만 명 가까이 줄었다. 하일성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은 “토론내용을 야구백서로 만들어 향후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이젠 말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한 때다. 모든 야구인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의미 있는 결실을 기대해본다.
오미현 기자 mhoh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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