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시장 활황을 타고 돈을 마구 대출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업체들의 부실이 마침내 곪아터지면서 미국 경제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내 2위 서브프라임 모기지업체인 뉴센추리파이낸셜은 12일 자금부족으로 84억 달러에 달하는 모기지채권 담보부 증권에 대한 월스트리트 투자은행들의 환매요구에 응할 수 없다고 밝혀 사실상 지급불능을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뉴센추리가 결국 부도를 맞을 경우 위기가 동종업체들은 물론, 서브프라임업체에 돈을 빌려 준 월스트리트 투자은행들로 확산되면서 연착륙을 시도하고 있는 미국 경제의 흐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주택 모기지 시장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우리나라로 치면 제2금융권 대출과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다. 집은 사고 싶은데 돈은 부족하고, 신용도가 낮아 은행 대출이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정상적인 모기지론 보다 2~3% 포인트 높은 고금리로 대출해 그만큼 높은 예대마진을 챙겨왔다.
뉴센추리는 미국 모기지 시장에서 이런 식의 영업을 해온 대표적 서브프라임모기지 업체다. 대출자금은 이미 발생한 모기지 채권을 담보로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월스트리트 투자은행들인 모건스탠리, 시티그룹, 골드만삭스그룹 등에 팔아 조달해왔다.
하지만 최근 주택시장이 가라앉고, 2월 현재 회수불능 모기지채권 비율도 지난해 같은 기간 0.47%의 두 배에 가까운 0.7%로 치솟자 자금줄이었던 투자은행들이 이젠 관련 ABS를 사기는커녕 모두 다 나서 환매를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뉴센추리 파장은 증시를 타고 동종업계 및 월스트리트 투자은행으로 즉각 확산되고 있다. 올 들어 이미 90% 폭락한 이 회사 주가는 이날 개장 전 거래에서 또다시 56% 폭락했으나 막판 간신히 보합세를 찾았다.
이 바람에 다른 서브프라임업체와 이들의 ABS를 갖고 있는 뮤추얼펀드, 헤지펀드, 투자은행, 보험회사 등의 주가는 향후 대손처리 우려 때문에 급락했다. 미국 최대 서브프라임 모기지업체인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은 이날 4% 내외 급락세를 보였다.
또 주택 건설업체인 KB홈(-3.9%), 레나(-4.6%), 톨 브라더스(-3.5%) 등도 뒷걸음질쳤으며, 관련 ABS에 투자한 리만 브라더스(-0.9%) 모간스탠리(-1.7%) 등도 우려감에 휩싸였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과거 인터넷 버블 붕괴 시기에 버금가는 금융경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뉴센추리 파장이 동종업계로 확산되며 미국 모기지 시장의 20%를 점유하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대출자들에게 직격탄이 가해질 경우 미국 경제 전체에 미칠 파장도 우려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은 최악의 경우 미국 내 150만가구가 집을 잃고 10만명이 실직하는 사태를 불러올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외에 사태 확산에 따른 금융경색이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주목된다. 이와 관련, 수잔 비에즈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이사는 “모기지 시장 분야에서 발생했지만, 곧 다른 금융 분야로 퍼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서브프라임 부도율 증가 추세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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