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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그림 감상과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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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그림 감상과 경제학

입력
2007.03.13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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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는 미술관이 여럿 있다. 작은 미술관도 있지만, 사설 미술관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것도 있다. 휴일이면 가끔 그곳을 찾아가 몇 점의 그림을 보는 것이 즐거움이다.

그러나 미술에 대한 지식이 적고 좋은 작품을 가려보는 안목이 부족해서인지, 작품 자체에서 큰 감동을 받은 적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까지 걸어서 오갈 때 혹은 미술관 찻집에서 처와 밀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미술관 나들이가 좋다.

어쩌다 외국에 나가면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들러 유명 그림을 감상하기도 한다. 그때의 느낌은 정말 멋진 그림이구나 하는 감동 반, 책에서나 보던 작품을 직접 보았다는 만족감 반 정도다.

이렇듯 그림은 나를 완전히 매료시키지는 않아도, 만족할 만한 즐거움을 주는 그런 존재였다. 그런 내가 최근 그림을 다시 생각한 계기는 박수근의 그림이 고가에 팔린 사실이다.

<시장의 여인들> 과 <농악> 이 이틀 간격을 두고 실시된 경매에서 25억원, 20억원에 차례로 낙찰된 것을, 내 주위의 평범한 사람들은 좀 어리둥절하게 받아들인다.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는 몰라도, 서민들은 감당할 수 없는 큰 돈이기 때문이다. 반면 미술계는 결코 비싸지 않다고 말한다.

도리어 박수근의 위상과 우리의 경제력을 감안할 때 더 올라야 한다는 주장이 있고, 아파트 값과 비교해 우리나라 최고 화가의 작품이 아직 이 정도 대접밖에 받지 못하느냐는 말도 들린다.

그런 지적을 수긍하더라도 약간 혼란스럽고 걱정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림 값이 한꺼번에 너무 올라서가 아니라, 이번 경매 결과가 그림에 대한 관심을 자칫 돈과 결부시키는 계기가 될 것 같아서이다. 박수근 그림 경매 기사를 내보내면서 약간 고민했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

우리나라에서 일반인이 지금처럼 광범위하게 그림에 관심을 보인 것은 근래의 일이다. 미술과 관련한 대중교양서가 출판되고 샤갈, 마티스, 피카소 등의 작품이 서울에서 전시된 데다, 해외여행의 활성화로 유럽과 미국의 유명 미술관에서 명화를 직접 볼 수 있게 된 게 계기일 것이다. 요즘은 주변에서도 미술전이 있으면 찾아가는 사람이 많다.

이런 배경에서 그림 감상의 대중화가 경매 열기로 이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제 겨우 3월초인데 올들어 양대 경매사인 K옥션과 서울옥션의 낙찰 총액이 벌써 지난해 1년 총액의 38%를 돌파하고 미술품 구입을 위한 펀드가 등장했다.

이런 현상을 보면 경매시장의 열기를 과연 좋은 작품을 갖고 싶다는,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만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그림 거래에는 세금이 붙지 않아 재테크 혹은 상속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있지 않았는가.

경매 열기와 경매가격 신기록 행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거나 말거나 고가의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은 소수일 것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그 경매와는 아무 관계없는 일반인조차, 그림에서 돈을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그림을 사랑하는 이라면 어떤 작품이 얼마에 거래되더라도 현혹되지 말았으면 좋겠다. 가장 좋은 작품은 누가 그렸고 얼마나 팔렸느냐가 아니라, 감동과 즐거움을 듬뿍 안겨주는 것이다. 그림에서 경제성보다는 예술성을 보았으면 한다.

박광희 문화팀장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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