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농담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노래는 모 카드회사 CF에서 초롱초롱한 눈빛의 아이들이 부르는“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고. 마치 “우리가 있으니 아빠는 돈이나 벌러 나가라”는 소리로 들린다나.
가족으로부터 소외된 아빠들의 비애가 느껴진다. 육아와 가사는 아내에게 떠맡기고 회사 일에만 매달렸던 5060세대 아빠들은 더하다. 은퇴하고 나서도 가정으로 온전히 복귀하지 못한다. 대화의 부재로 멀어진 아내에게도 집에 있는 남편은 불편한 존재일 뿐이다.
EBS가 14일 밤10시50분에 방송하는 <젖은 낙엽- 은퇴남편 증후군> (영국BBC 제작)에서 일본의‘은퇴 남편’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일본에선 은퇴하고 집에서 지내는 남편을‘누레오찌바(ぬれ落ち葉ㆍ젖은 낙엽)’라고 부른다. 별다른 인생의 준비 없이 은퇴해 아내 주위만 맴도는 모습이 구두 뒷굽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 낙엽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명칭이다. 젖은>
2차 대전 직후 베이비붐 시기에 태어난‘단카이(團塊) 세대’가장들이 그들이다. 경제성장기에 직장에만 헌신하고 살았던 이들이기에, 은퇴 후 아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가 더욱 힘들다.
<젖은 낙엽…> 은 남편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이유 만으로 위통과 피부병에 시달리거나, 사실상 별거에 들어간 60대 노부부의 삶을 소개한다. 젖은>
이들의 삶은 한국전쟁 직후 베이비붐 세대인 우리네 5060세대와 많이 닮아 있다. 이들은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이뤄냈지만, 집에서는 가부장적 아버지의 모습으로 기억될 뿐이다. 고령화시대의 가족해체현상을 먼저 겪고 있는 일본의 예를 통해, 어느새 우리사회의 모습이 돼 버린 은퇴부부의 갈등을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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