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과 로마교황청과의 수교가 조만간 가시화할 전망이다.
일주일간의 베트남 공식 일정을 마치고 바티칸에 도착한 교황청 대표단은 13일 “베트남 정부와 수교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를 했다”며 “지금은 실무그룹 구성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반체제 가톨릭 인사들에 대한 처벌 등을 놓고 베트남 정부와 갈등을 빚어온 바티칸은 “베트남 정부가 수교에 따른 모든 조건을 수락했다”고 밝혀 현안이 돼 왔던 주교 임명권 등 바티칸의 요구사항을 베트남 정부가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인구의 7%인 600만명이 가톨릭 신자로, 동남아에서는 필리핀 다음으로 가톨릭 인구가 많은 베트남은 이번까지 모두 15차례 바티칸 정부와 수교협상을 해왔는데, 1월 응웬떤중 총리의 역사적인 바티칸 방문을 계기로 수교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베트남의 바티칸 수교는 응웬밍찌엣 국가주석이 올 하반기 종전 후 처음으로 미국과 일본을 방문하는 것과 맞물려 베트남 외교의 탈고립화의 신호탄이란 해석이 많다.
1986년 도이머이(개혁ㆍ개방) 정책을 도입한 베트남은 지난해 11월 숙원이었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실현한 데 이어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성공리에 개최해 아시아 신흥 경제대국으로의 면모를 과시했다.
특히 지난해 6월 베트남이 공산화한지 31년만에 처음으로 시장경제의 감각이 풍부한 호찌민 중심의 남부출신 인사들이 대거 공산당 지도부를 구성해 실용주의 세대의 개막을 알렸다. 이번에 미국, 일본을 방문할 예정인 찌엣 주석과 바티칸 수교의 물꼬를 튼 중 총리 모두 남부출신의 개방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00년대 이후 매년 7.5% 이상의 고성장을 계속해오고 있는 베트남에 경기과열을 경고할 정도다.
베트남 정부의 국제무대로의 활발한 외유는 그 동안의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정치ㆍ외교 분야에서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보인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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