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데이이다. 남자가 여자에게 사탕을 주면서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란다. 사실, 화이트데이는 일본의 한 유명 제과업체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날이다. 화이트데이는 처음 '마시멜로데이'로 불려졌다고 한다.
초콜릿 위에 하얀 크림을 발라 만든 '마시멜로'의 판매가 부진하자, 제과업체는 이런 광고를 내걸었다고 한다. '2월 14일에 초콜릿으로 받은 사랑을 3월 14일에 마시멜로로 보답하자.' 기업의 광고 하나로 인해 족보도 없고, 명분도 없는 기념일이 만들어진 셈이다. 희한한 것은, 그런 명분 없는 기념일을 수많은 사람들이 아무 의심 없이, 쌍수 들어 환영했다는 점이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그것이 제과업체가 만들어낸 상술에 불과하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을 텐데, 웬 걸, 사람들은 그런 건 따지지도 않았다. 그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그것의 비밀은 어쩌면 '로맨스'에 있을지도 모른다.
사탕이든, 초콜릿이든, '빼빼로'든, 그것이 '로맨스'의 이름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 유사 이래, 이 '로맨스'를 앞세운 제품들은 단 한 번의 실패도 보지 않았다. 아, 이러다가 '그랜저데이'나, '에쿠스데이' 같은 것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생각. 아내에게 사탕 한 번 건네본 적 없으면서, 괜스레 이런 생각이나 하고 앉아 있는 나도 참.
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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