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한 플레이로 관중에 보답해야
*이름값 벗어나 '무명도 주전으로'
“제 취미요? 이기는 축구를 하는 겁니다.”
2007삼성하우젠 K리그의 초반 판도는 귀네슈 감독으로 대표되는 ‘외국인 사령탑’이 지배하고 있다. 특히 전 터키 대표팀 사령탑을 지낸 FC서울의 세뇰 귀네슈 감독은 ‘공격하는 축구, 재미있는 축구’를 확실히 보여주며 2연승의 신바람을 내고 있다. 취미가 ‘이기는 축구’라는 귀네슈 감독의 초반 돌풍 비결을 분석해 본다.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는 축구
귀네슈 감독의 축구 철학은 간단하다. 하나부터 열까지 ‘팬들이 즐거운 축구’가 요체다. 2연승의 비결 역시 재미있는 축구에서 나왔다. 귀네슈 감독은 “수비수부터 시작되는 첫 패스가 골로 연결될 수 있도록 치밀하게 계산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다 보니 아무렇게나 상대 진영으로 차넣고 보는 ‘뻥 축구’가 사라졌다. FC서울 관계자들은 “지난해에 비해 눈에 띄게 미드필드를 거쳐가는 공격이 많아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후방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서서히 앞으로 나가는 조직적인 플레이에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축구보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완벽주의와 합리주의 사이에서
외국인 감독의 장점은 ‘이름값’에 의존한 선수 기용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귀네슈 감독 역시 마찬가지. 실력만 있으면 무명에서 바로 주전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대구와의 홈개막전에서 귀네슈는 기성용과 이청용이라는 낯선 얼굴을 과감하게 선발로 기용했다. 이청용은 선제골의 주인공이 됐다.
반면 지난 시즌까지 FC서울 공격을 이끈 히칼도는 아예 출전 명단에 조차 이름을 못 올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열심히 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귀네슈 감독은 “나이와 대표팀 경력 등은 모두 필요없다. 훈련할 때 열심히 뛴다는 준비가 되어있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베스트11에 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FC서울의 이영진 코치는 “귀네슈 감독의 선수 기용은 대단히 합리적이다. 열심히 하면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리기 때문에 팀분위기도 매우 좋아졌다”고 말했다.
◆골을 강요하지 않는다
공격 축구를 강조하지만 귀네슈 감독은 공격수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2경기 연속골을 넣은 정조국보다 오히려 침묵을 지키고 있는 박주영을 더 칭찬할 정도로 공격수들의 심적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귀네슈 감독은 12일 하우젠컵 대회를 앞둔 기자회견에서 “박주영이 골을 넣지 못하고 있지만 지금 하고 있는 것에 만족한다”면서 “팀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하고 있고 이대로 가면서 한 단계 더 도약하길 바란다”며 박주영을 칭찬했다. 귀네슈 감독은 “누가 골을 넣는가 보다는 골을 넣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공격수들은 골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훈련이 다르다
하지만 귀네슈 감독은 훈련을 할 때만큼은 ‘호랑이 선생님’이다. 누구보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한다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한결 같은 평가. 최용수 코치는 귀네슈 감독의 코칭 스타일에 대해 “훈련에서는 약간의 느슨함도 허용하지 않는다”면서 “준비가 되지 않은 선수는 결코 기용하지 않고 특히 패스 미스를 반복하면 강하게 질타한다” 고 귀네슈 감독의 훈련 방법을 설명했다.
구리=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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