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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설 팔아 돈 버는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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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설 팔아 돈 버는 프랑스

입력
2007.03.12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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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박물관 아부다비 분관, 퐁피두센터 상하이 분관, 로댕미술관 브라질 분관, 소르본대학 아부다비 분교, 생시르육군사관학교 카타르 분교….’

문화강국 프랑스가 문화시설 ‘프랜차이즈 사업’에 여념이 없다. 국내의 격렬한 반대여론을 무릅쓰고 중국,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등 세계의 돈줄이 흘러드는 신흥경제국에 프랑스 문화시설을 ‘분양’하면서 경제적 이득은 물론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도 확대해가고 있다.

가장 상징적인 ‘체인점’은 2012년 UAE의 수도 아부다비에 건립되는 루브르박물관 최초의 분관인 ‘사막 루브르’. 오일머니는 넘쳐 나지만 박물관 등 문화시설은 취약한 아부다비는 루브르의 이름만 빌리는데 무려 5억2,000만달러(약 4,900억원)를 지불하고, 30년간 루브르 소장 예술품 수백점을 대여하는데도 7억5,000만달러(약 7,100억원)를 내놓는 등 총 12억7,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를 쏟아부어 아부다비 루브르 분관을 만든다. 아부다비는 전 세계 관광객들로부터 화려한 명성을 얻고 있는 이웃 도시 두바이에 맞서기 위해 박물관 구역에 29개의 초특급호텔, 요트 1만대가 정박할 수 있는 마리나 시설 등을 함께 건립할 예정이다.

중국 상하이(上海)에는 유럽 최대 현대미술관인 퐁피두센터 분관이 들어선다. 20, 21세기 작품들이 주로 전시될 상하이 퐁피두센터는 2010년 완공을 목표로 1,000㎡의 부지 중 4,500㎡는 전시공간으로, 나머지는 어린이 미술관, 도서관, 디자인숍 등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이에 질세라 로댕미술관도 브라질에 분관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프랑스는 이외에도 러시아, 인도, 아프라카, 남미 등과 박물관 파트너십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의 문화 프랜차이즈 정책은 미술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학들도 해외 분교설립에 적극적으로 나서 ‘메이드 인 프랑스(made in France)’의 소프트 브랜드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프랑스 인문학의 ‘성지’인 소르본대학은 750년 역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10월 아부다비에 위성캠퍼스를 개교했다. 나폴레옹 황제가 만든 엘리트 군사학교, 생시르육군사관학교(Ecole Speciale Militaire de Saint-Cyr)도 페르시아만의 카타르에 육군장교 양성을 위한 훈련아카데미 설립을 검토 중이다.

프랑스 언론은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이 세계 무대에서 프랑스의 외교적, 경제적 영향력이 점점 줄어들자 막대한 문화적 유산과 소유물들을 이용해 유일하게 남아있는 문화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라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프랑스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박물관 거래인 ‘사막 루브르’계획이 발표된 후 국보예술품을 상업화한다는 비난여론이 폭등, 지난주 현재 4,700명의 큐레이터, 미술사학자, 고고학자 등이 정부계획에 반대하는 탄원서에 서명했다.

여론이 악화하자 프랑스 정부는 “분관 설립으로 생기는 이익은 루브르 등 프랑스내 박물관 개보수에 사용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앙리 루아레트 루브르 박물관장은 “’모나리자’ ‘밀로의 비너스’처럼 인기 있는 명작들은 결코 대여되지 않을 것”이라며 여론 진화에 안간힘을 썼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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