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축국 동맹 불쾌감… “소련 무서워 중일전쟁 꺼림칙”
태평양 전쟁 전후 일본천왕 히로히토(裕仁)의 심경을 일부 전해주는 시종(侍從) 일기가 발견됐다.
월간 문예춘추는 10일자 최신호에서 그의 비서로 일한 오구라 구라지(小倉庫次) 전 도쿄대 법경학부장의 일기를 소개했다. 일기는 1939년 5월부터 1945년 8월 일본이 항복할 때까지 기록됐다.
일기에서 히로히토는 전쟁 이전과 이후 다소 상반된 심경을 보여준다. 1939년 10월 그는 일본과 함께 추축국 일원인 독일, 이탈리아와의 3국 동맹체결에 대해 불쾌감을 표한다. 당시 이탈리아 대사가 동맹 추진보고를 하자 “또 놀림을 당하게 되는 모양”이라고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40년 10월 중일전쟁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일기에는 “중국이 의외로 강하다. 전쟁의 진상을 모두가 잘못 보고 있다. 특히 육군도 관측을 잘못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이런 히로히토의 시각은 전쟁의 진전에 따라 다소 바뀐다. 42년 12월 그는 “중일전쟁은 하고 싶지 않았다. 소련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쟁은 할 때까지는 심중(深重)해야 하지만 시작했으면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쟁 말기에 그는 황실의 책임을 인정하는 듯한 말을 한다. 전황이 불리해지면서 황실 안팎에서 많은 말이 오가는 것에 대해 그는 “황족이 책임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니 곤란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일기는 히로히토가 자신의 황금기를 “유럽방문 때”라고 말한 것으로 기록했다. 26년 12월 다이쇼(大正) 천황 뒤를 이어 즉위한 히로히토는 전쟁책임을 지지않은 채 89년 1월 숨졌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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