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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 중견작가들의 소설집 '몽타주' '죽은 소설가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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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 중견작가들의 소설집 '몽타주' '죽은 소설가의 사회'

입력
2007.03.09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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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깁기 된 내 삶… 엉클어져만 간다소설 따위 읽고 싶지도 않은데!

최수철 씨는 <몽타주> 에서 의식과 언어의 혼돈에 내던져진 존재를, 호영송 씨는 <죽은 소설가의 사회> 에서 소설의 위기를 그려 보인다. 글쓰기 또는 소설의 운명을 직시하는 두 중견 작가의 소설집이다.

<몽타주> 에는 작가가 10여년 동안 계간지에 발표했던 작품 아홉편이 수록돼 있다. 삼십대 중반의 독신녀인 나는 수사를 위해 시체 부검실에서 몽타주를 그리는 몽타주 화가다.

죽어 널브러진 그들은 나에게 고난도의 메시지를 발신하며, 해원을 고대하고 있다. ‘엉망으로 망가진 몸뚱이가 곧 메시지’이나, ‘그 메시지의 내용은 아무도 해독할 수 없’다. 어차피 원상 회복은 안 되고, 원상이 뭔지도 알 수 없는 이 삶에 대한 근원적 분노, 나는 그 절망과 분노로 인한 적개심에 사로잡혀 있다.

헛다리만 짚은 몽타주들은 내가 나만의 세계에 오만하면서도 자폐적으로 빠져 들어 있었다고 질책하기까지 한다(<메신저> ). 또 다른 단편 <창자 없이 살아가기> 는 일간지 칼럼을 통한 서로의 인신 공격 끝에 결국 법정에 서게 된 남자의 이야기를 법정 공방으로 펼친다.

소설집 <몽타주> 에서는 관념과 서사가 서로 맞물려가며 긴장한다. 의식과 언어의 착종, 분열, 해체, 망상, 집착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 한다. 자살병에 전염돼 가는 가상의 도시를 그린 작가의 지난해 장편 <페스트> 보다 작가 특유의 세계에 더 근접해 있는 작품이라는 평이다.

소설집 <죽은…> 에 실린 같은 제목의 단편은 우화적 블랙 코미디다. 팔리지 않는 소설을 쓰다 감금된 소설가가 섹스, 폭력, 판타지, 단순화 등 요즘 잘 팔리는 소재의 글을 쓰도록 교육 받는다.

공연 시간 직전에 갑자기 실어증에 걸린 중견 배우를 그린 <실어의 시간이 온다> 역시 문화와 예술의 상품화에 대해 한껏 눈을 치켜 뜬다. 육체적 고통, 정신적 모멸, 포르노와 폭력 영화를 실컷 보고 난 작가는 마취 주사를 맞고 창녀촌 같은 데 내동댕이 쳐진다.

압제의 1970년대에도 당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그는 푸념하지만, 어찌할 것인가. 그는 “철 지났는데도 강남으로 떠나지 못한 제비처럼 가련한 존재가 돼 저린 소설가”라는 말을 남기고 한강 투신 자살을 택한다. ‘소설 따위는 거지 발싸개로 여기’는 이 시대에 대한 저주와 함께.

<작가의 가방> 이나 <소설 속에 살고 싶어 한 사람> 에서는 작가를 서술자나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면서 이 시대에 그들의 진정한 의미가 어디 있는지를 고민한다. <뒤늦은 추적> 에서는 한국전쟁의 기억을 통해 미국이 우리의 가해자인지 구원자인지를, <하늘의 섬> 에서는 4ㆍ19에서 KAL기 폭파 사건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시간을 겪어낸 한국인의 의미를 각각 탐색한다.

‘한국에서 작가로 산다는 것’이란 주제로 지난해 계간지 <작가> 가 현업 작가들에게 던진 16가지 질문에 대한 재성찰이 맨 뒤에 실려 작가의 의식을 엿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한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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