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포기에 몇년 걸릴 것… 단기간에 수교 어렵다"
뉴욕에서의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첫 회담 이후 북미간 국교수립 가능성에 대한 성급한 기대가 봇물을 이루고 있으나 미국의 대다수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대가 “현실적이지 않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민주당 진영의 싱크탱크를 자임하는 ‘새미국안보센터’의 커트 캠벨 대표는 8일 조지 W 부시 대통령 임기내에 북미 관계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가능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될 것 같지 않다”며 부정적 시각을 보였다.
그는 뉴욕 회담 결과에 대해 “희망적이며 미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 테러지원국 해제 등 전향적 조치를 취해나가도 되겠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긍정 평가했으나 “북미 관계정상화까지는 앞으로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 성향의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보다 강한 어조로 북미간 국교수립에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미 관리들이 밝힌 대로 미국이 핵무기를 가진 북한과 국교를 맺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면서 “또 미국은 달러를 위조하는 나라와 관계정상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도 명백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포기가 현실화하기까지는 최소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중도성향의 맨스필드재단 고든 플레이크 원장도 “북한이 수 십년을 걸려 만든 핵무기와 무기급 플루토늄을 향후 1년반~2년내에 완전히 포기할 수 있다고 보느냐”고 반문하면서 단기간내에 북미간 국교수립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은 ‘비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플레이크 원장은 최근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에 대해 “북한은 HEU 계획을 협상카드로 사용하겠지만 2002년 이후 별로 진전을 보지 못한, 그래서 무기급 농축우라늄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HEU 프로그램은 실제로 크게 중요하지 않다”면서 “핵심적인 난제는 핵무기와 무기급 플루토늄의 실상을 철저하게 규명해 내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진보성향의 군축협회 데릴 킴벌 사무국장은 부시 대통령 임기내 국교수립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어차피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관계정상화는 점진적 과정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제, “‘2ㆍ13 합의’ 이후 6자회담 참여국의 고위급 인사들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임이 분명하다”며 희망적 견해를 피력했다.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시기에 대해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일본인 및 한국인 납치 문제까지를 고려한다면 긴 과정이 될 것”이라면서도 “미국이 최근 기준을 낮추려 하고 있기 때문에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기피하는 이유와 관련, 플레이크 원장은 “워싱턴에 연락사무소를 유지하는 데 따르는 재정적인 문제와 북한내 정보유출에 대한 우려 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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