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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 전차 흑표 이렇게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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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 전차 흑표 이렇게 만들어졌다

입력
2007.03.09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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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경험 없이…12년만에 맨주먹 결실

*전차부대 답사·해외 연수…개념연구에만 3년-외국선 1,000억들인 부품을 수억원에 개발도

포탑을 방수천으로 덮고 스쿠버 다이버처럼 스노클을 장착한 전차가 서서히 물 속으로 전진하자 ‘기기깅’하는 굉음도 잦아들었다.

포신만 남긴 채 전차가 완전히 물에 잠긴 뒤에는 엔진 소리마저 사라졌다. 전차가 20여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자 경남 창원의 로템 시험장에 모인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전차 제작업체인 로템 연구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세계 최강의 국산 전차 XK2(일명 흑표, 黑豹, 검은표범)가 시제품 출고식에 앞서 지난달 28일 실시한 4.1m 잠수 도하(渡河)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순간이었다. 12년 동안 연구원들이 쏟았던 땀과 노력이 결실을 맺는 시간이기도 했다.

국산 전차개발은 한국전쟁 당시 괴물 같은 소련의 T34전차 앞에서 불가항력으로 밀려야 했던 쓰라린 경험에서 출발했다. 전후 미국의 M47과 M48을 도입해 쓰던 육군은 1980년대 초반 미국의 M1(에이브럼스)전차를 토대로 설계한 K1전차를 국내 생산하면서 국산전차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K1으로는 한국적 산악지형을 소화할 수 없었다. 육군은 드디어 90년대 초반 국산전차 개발계획을 세우고 95년 ADD가 그 역사적 임무를 떠안았다.

과거 M48과 K1전차를 개량한 경험이 있지만 ADD로서도 새 전차를 만드는 과업은 쉽지 않았다.

개발팀은 우선 전방의 전차부대를 찾아 발품을 팔았다. “궤도가 자주 빠진다” “운전석이 불편하다” “경사지에 올라서면 위태롭다” 등 불만과 요구사항이 쏟아졌다. 현지답사를 통한 자료조사에만 수개월이 흘렀다. 그 과정을 통해 윤곽은 잡았지만 설계가 문제였다.

설계경험이 없는 개발팀은 외국 선례를 뒤질 수밖에 없었다. 전차개발의 세계적인 흐름 파악과 선진 제작기술 습득이 절실했다. 영국의 협조로 우리 연구원들이 왕립군사과학기술원에서 연수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당시 1년 연수를 다녀온 전차체계부2팀장 강원석(49) 박사는 “전차기술을 공부하겠다는 데 경제학부터 새로 배우라고 해서 생고생을 했다”고 회고했다.

미래 전차에 대한 개념 연구는 3년에 걸쳐 마무리됐지만 설계와 시제품 제작도 전인미답의 길이라 쉽지 않았다. 각종 자료 이외에는 기댈 곳이 없었기 때문에 제작은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포탄을 자동 장전하는 장치를 개발한 김석재(45) 연구원은 “가장 확실한 자료는 외국 전차의 영상 자료였는데 똑같이 만든다고 만들었지만 부품이 제 성능을 발휘하기까지는 숱한 밤을 세워야 했다”고 말했다.

적과 아군 전차를 구별해 주는 피아식별 장치의 경우 맨 주먹으로 일궈낸 신화였다. 이 장치의 개발에 배당된 예산은 수억원 정도. 최신의 르클레르 전차를 개발하면서 피아식별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프랑스는 우리의 예산 규모를 전해 듣고 코웃음을 쳤다.

피아식별 기술 개발에 약1,000억원을 투입한 프랑스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전차체계부1팀장 금동정(45)박사는 “정부예산으로는 실제 개발이 불가능했는데 제작업체인 로템측이 적잖은 개발비를 투자했다”고 로템측에 공을 돌렸다.

ADD측은 그러나 세계 최강의 전차개발에 만족하지 않는다. 안동만 ADD소장은 “미래전장이 필요로 하는 경량 무인전차를 개발하기 위해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전=김정곤기자 jkkim@hk.co.kr

■ADD·로템이 신화의 주역-ADD, 개념 연구·설계…로템은 부품깎고 조립

세계 최강의 XK2 개발은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제작업체 로템의 쌍끌이로 만들어낸 신화다. ADD가 차기전차의 개념연구에서 설계를 책임졌다면, 로템은 협력업체들과 함께 부품을 깎고 조립하면서 전차를 제품으로 완성했다.

차기 전차를 개발한 ADD 전차체계부 연구원은 모두 23명. 연구진을 총지휘하며 XK2를 개발한 김의환(53) 부장은 서울대 공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1979년 ADD에 합류했다.

MIT 공학박사이기도 한 김 부장은 최초의 국산 장갑차인 K200의 개발 및 K1전차 개발에도 참여했다. 이어 차기전차 개발 과제까지 부여 받아 “전차를 만들기 위해 태어난 사람”으로 통한다.

금동정(45) 체계1팀장과 강원석(49) 체계2팀장은 야전 지휘관이다. 금 팀장은 KAIST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20대 박사로 김 부장이 차기전차 개발을 위해 스카우트했다. 강 팀장은 자주포개발 등에 참여한 베테랑 ADD맨.

로템측 진용도 막강하다. 로템은 고속전철 제작사로 유명하지만 전차를 비롯한 방산제품도 생산하고 있다. 전차개발을 담당한 중기개발팀의 연구진만 100여명에 이른다.

로템 기술연구소 권정원(52) 이사는 K1 및 K1A1전차 생산 때부터 ADD와 손발을 맞춰온 전차개발의 산증인이다.

대전=김정곤기자 jkkim@hk.co.kr

■이래서 세계 최강-스스로 표적찾아 헬기 격추·어떤 전차도 뚫는 화력…

세계 최강의 전차가 국내에서 개발했다는 소식에 육군을 비롯한 군 관계자들 조차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과연 세계 최강이 맞는가”라고 반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자 ADD측은 “우리의 방산기술에 대한 놀라움의 다른 표현 아니겠느냐”고 도리어 반기는 표정이다.

XK2는 개발 초기부터 세계 최고를 노리고 설계됐다. 우선 헬기 교전 능력이 최대 강점이다.

다목적 대전차 고폭탄(일명 히트탄, 목표물 지근 거리에서 폭발, 파편망을 만들어 헬기를 타격한다)으로 헬기를 조준하면 포탄이 스스로 표적을 찾아 공격하게 된다. 세계 최강으로 알려진 미국의 신형 에이브럼스(M1A1)이나 프랑스의 르클레르에는 없는 기능이다.

화력도 최강 수준이다. K1A1전차보다 1.2m나 길어진 포신에다 텅스텐 중합금으로 된 신형포탄으로 무장, 북한의 천마 전차를 비롯한 세계 각국 어떤 전차의 장갑도 관통할 수 있다.

최신의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교란시켜 빗나가게 하는 장치와 대전차 미사일을 쏘아 맞추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도하 능력도 세계 최고 수준. 4.1m 깊이의 강이나 하천을 자유자재로 건널 수 있다. 울퉁불퉁한 구릉지대에서도 시속 50㎞의 속력을 낼 수 있고 기동 중 사격의 정확성도 높다.

대전=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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