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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냄비와 뚝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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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냄비와 뚝배기

입력
2007.03.08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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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사람의 성격을 냄비와 뚝배기에 곧잘 비유하곤 한다. 생각할수록 신통한 표현이다. 10여년간 내가 겪어본 한국 사람들은 뚝배기보다는 냄비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은 우선 처음 만나는 사람에 대체적으로 호의적이다. 오빠 언니 동생 등으로 칭하며 상대방에게 쉽게 다가간다. 이런 친절에 외국인은 부담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한국인의 사교성은 열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자신감 넘치는 이미지를 심어준다.

● 한국인과 중국인의 기질 차이

반면에 상대방과 자그마한 의견 차이라도 생기면 그 친절함도 금세 식어버리고 하나로 똘똘 뭉쳤던 열기도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결과를 얻고자 하며 불의를 참지 못하는 편이다. 주변의 유학생 친구들은 한국인의 얼굴 표정만 보면 그 사람의 기분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수년간 통역을 하면서 느낀 바로, 한국인은 흔히 이런 성격으로 말미암아 비즈니스 협상과정에서도 상대방의 의도와 진심을 파악하기 전에 자신의 전략과 속마음을 먼저 드러내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 사람들은 어떠할까? 흔히들 한국 사람들은 중국인들이 의심이 많다고들 한다. 주변에 의심 가는 친구라도 있으면 중국 팬티를 입었냐고 놀리곤 한다. 처음에는 그 말이 좀 언짢게 들렸지만 돌이켜보니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인은 대체로 처음부터 상대방에게 호의를 베풀지 않고 사귀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중국말에 '지인지면부지심(知人知面不知心)'이란 것이 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중국인들은 긴 시간을 두고 적과 동지를 구별한다는 말이다. 적이면 항상 경계하고 거리를 두게 되며, 동지면 피를 나눈 형제보다도 가까운 지기가 되며 그러한 감정 또한 오랫동안 지속되는 편이다.

이것은 비즈니스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중국인들은 비즈니스도 엄연한 전쟁이라고 말하는데 협상테이블에서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기 전에는 절대 자신의 전략과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며 서두르지도 않는다.

급한 사람이 아쉽고 서두르는 사람이 불리한 법이니 시간을 끌면서 절호의 찬스를 노리다가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협상을 유도한다. 물론 거래가 한 번 성사되었다 하면 오랜 파트너 관계를 지속시키는 것 또한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중국인은 뚝배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 對日ㆍ對中 문제에도 하나 된 모습을

그렇다고 뚝배기는 무조건 좋고 냄비는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뚝배기는 요즘처럼 분초를 다투고 능률을 중요시하는 경쟁사회에서 자칫하면 기회를 놓칠 수도 있는 데 반해, 한국인들의 가장 큰 장점은 즉각적인 대처가 빠르고 단기간에 동질감을 형성하며 단합된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것은 2002년, 2006년 월드컵 때 거리에 넘쳐나는 붉은 물결로 현상화되면서 세계가 공감할 수 있었다. 그 속에서 함께 응원하며 나 역시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자긍심을 갖게 되었고 이런 하나 된 모습이야말로 한국의 경쟁력이고 저력이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독도와 위안부 문제, 중국의 동북공정 등에 대해서도 일부 단체가 아닌 월드컵 때처럼 온 국민이 함께 나서서 힘을 실어주고 정부 차원의 보다 강력한 대응을 요구한다면 그 어느 누구도 감히 대한민국을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차이쩐위ㆍ한국외대통역협회 중국어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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