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車 70만대 팔면서 수입은 4,000대뿐"
*농업·무역구제 등 민감 사안과 연계 의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미국 협상단이 자국의 자동차 시장을 한국에 개방하는 것을 반대하는 미 의회의 입장을 지지하고 나서 미국측의 진정한 의도가 뭐냐에 따라 8차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미국의 자동차 시장은 한국이 FTA를 추진한 주요 이유 중 하나였다. 미국의 자동차 시장 규모는 한국과 비교가 되지 않고, 전세계 자동차제조업체들이 경쟁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한국승용차만 2.5% 관세 철폐 혜택을 받는다면 수출증대에 큰 기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자동차 관세는 8%로 미국보다 높지만 미국차에 대해 관세를 면제해 준다고 해도, 미국차가 일본이나 독일차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상 한국 자동차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복안이었다.
정부 관계자들이 FTA 반대 여론을 설득하는 논리로 가장 많이 내세웠던 것도 미국 자동차 시장 확보였다.
미국은 바로 이 문제를 FTA 협상 막판에 파고들었다. 15명 상ㆍ하원 의원들이 “한국은 한 해 70만 대가 넘는 차를 미국에 수출하면서 미국산 차는 4,000대밖에 사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트리며 백악관에 서한을 보낸 것을 빌미로 삼고 있다.
의원들은 “한국에서 팔리는 미국차의 수 만큼만 미국에 들어오는 한국차의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했다. 한국은 8% 관세를 완전 철폐하고, 미국은 2.5% 관세를 15년에 걸쳐 천천히 철폐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웬디 커틀러 미국 수석대표가 이 서한 내용을 협상에 연계할 뜻을 밝힌 것은 현재로선 다른 것을 얻어내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국이 미 의회의 지나친 요구를 들어줄 리 없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이 문제를 협상 첫날 강하게 제기한 것은 협상의 기세를 잡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협상이 막바지에 다다랐지만 정부가 애초 FTA를 추진할 때 한국의 최대 수혜분야로 언급했던 분야조차 원하는 대도 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자동차 부문 외에 미국의 강력한 무역구제 제도를 완화시키겠다는 정부의 방침도 이미 많이 흔들렸다.
무역구제 분야에서 우리측의 핵심 요구사항인 ‘산업피해 판정 시 국가별 비합산’도 미국은 법개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불가 입장에서 요지부동이다.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이 앞서“핵심적인 것은 비합산이지만 이것 말고도 중요한 것이 많다”며 “실리를 취하겠다”고 밝힌 것은 한국이 이미 상당부분 물러섰음을 보여준다.
농업분야 협상 전망은 더 어둡다. 민동석 농림부 통상차관보는 농업분야 고위급 회담 결렬 후 “부담과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 이 달 말까지 타결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농업 분야의 235개 민감 품목 중 상당수는 아직 관세철폐나 유지여부에 대한 원칙조차 합의가 안돼 구체적인 것은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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