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자발적 실업자도 혜택 추진월 최고 60만원…도덕적 해이 논란
서울에 있는 중견 제조업체에서 회계 담당으로 일하던 김모(34)씨는 지난해 2월 경쟁업체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고민 끝에 김씨는 다음 달 사표를 쓰고 회사를 나왔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이직하려던 업체로부터 “회사 사정상 입사가 불가능해졌다”는 통보를 받았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업체들을 알아봤지만 번번히 퇴짜만 맞았다.
1년째 실업자 신세지만 실업급여는 한 푼도 못 받았다. 자발적 실업자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첫 딸을 낳은 그는 “육아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한 푼도 못 벌고 있어 막막하다”며 우울해 했다.
김씨의 한숨이 조금이나마 줄어들 소식이 있다. 정부가 이르면 내년부터 김씨 같은 자발적 실업자에게도 실업급여를 주는 방안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8일 ‘2007년 업무보고’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구직자ㆍ비정규직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자발적으로 회사를 그만 둔 사람 가운데 1년 이상 장기실업 상태에 있으면서 구직활동을 하거나 직업훈련을 받고 있으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정리해고 등 비자발적 이유로 실직해야 하고, 실직 전 3개월 평균 임금의 50%(최고 월 120만원)를 3개월부터 8개월까지 받는다.
노동부는 이 제도가 시행되면 매년 5만명 정도의 자발적 실업자가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예산(연 780억원)은 고용보험 기금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실업급여액은 일반 실업급여의 50%(월 최고 60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자발적 실업자에게까지 실업급여를 주는 방안에 대해선 논란이 많다. 반대론자들은 “자기가 원해 직장을 그만 둔 사람까지 지원하면 사회적으로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며 부작용을 우려한다. 찬성 쪽은 “자발적 실업자도 회사 다니면서 매달 급여에서 꼬박꼬박 고용보험료를 냈기 때문에 실업급여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찬반이 팽팽한 만큼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적절한 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자발적 실업자에게 실업급여를 주는 나라는 영국 독일 프랑스 호주 일본 등이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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