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경유를 만들어 전국에 유통시킨 혐의(석유사업법 위반)로 유명 윤활유제조사가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경찰청에 적발된 이 업체는 한 때 100만불 수출의 탑과 대통령표창을 수상하는 등 모범ㆍ건실기업의 표상이었다.
업체측은 “가짜를 제조하거나 판매한 사실이 없다”며 범죄사실을 전면부인하고 있지만 가짜 제조사실은 엄연한 진실로 밝혀지고 있다. 경찰은 가짜 정유를 운반한 탱크로리 운전기사들로부터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진술을 받아 놓고 있다.
이 업체는 윤활유 방청제 시장의 경쟁이 날로 격화해 수익성이 떨어지자 엉뚱한 곳에 눈을 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가짜 제조에 필수적인 정제탑을 갖춘 이 업체는 리터당 400~500원을 들여 가짜 경유를 제조해 진짜보다 싼 1,000원 안팎에 판매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실제 상당한 수익도 냈다. 정상영업을 하던 2004년까지 만해도 경영이 어려웠으나 최근 일부 직원을 상대로 한 해에 4,000만원이 넘는 특별보너스를 지급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 한다.
선도업체가 이런 정도이니 군소업체의 사정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정제탑을 갖춘 전국의 석유류 제조업체 대부분이 가짜 정유 등을 만들고 있다고 봐도 틀린 말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충북 진천군에 20만리터 저장용탱크 10개, 정제탑 1기를 갖춘 공장을 차려놓고 가짜경유를 만들어 7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올린 전모(50)씨 등 6명이 서울 구로서에 적발되기도 했다.
가짜 경유는 엔진유연제 부식방지제 등 첨부제가 없어 연료계통 등 차량부식과 고압펌프 등 기관손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유통된 가짜 경유로 인해 차량고장이나 사고를 일으켰다면 제조회사들은 그 피해를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부산=김창배 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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