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개념의 전차(戰車)는 1차대전 때인 1916년 프랑스 솜므전투에 처음 등장했다. 영국ㆍ프랑스 연합군이 독일에 대대적 반격을 펼친 이 전투에서 영국이 듣도 보도 못한 무기를 끌고 나왔다. 이 최초의 탱크 MK-1은 적군의 참호와 철조망, 기관총을 돌파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비온 뒤의 진흙탕 등에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 기대 만큼의 전투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심리적 효과는 대단했다. 이 괴물이 다가오는 소리만으로도 공포에 질려 독일 진지가 일거에 붕괴됐는가 하면, MK-1 한 대가 포로 300여명을 사로잡기도 했다.
▦2차대전에서는 탱크를 이용한 기동전술이 정착되면서 롬멜, 패튼, 구데리안 등의 전차전 명장들이 탄생했다. 사상최대의 전차전은 43년 소련중부 쿠르스크에서 벌어졌다.
독일이 스탈린그라드 패배를 만회코자 했던 이 전투에서 독일 만슈타인 원수의 판터(Panther), 티거(Tiger) 등 탱크 2,700여대와 소련 주코프 원수 휘하의 T-34전차 3,600여대가 맞붙였다. 좁은 곳에 워낙 많은 탱크가 몰려 부대끼며 전투를 벌이는 바람에 포탄이 아예 전차를 뚫고 나가버리거나, 부딪혀 휘어진 포신으로 쏘다 탱크 자신이 폭발하는 일 따위가 비일비재했다.
▦ 탱크는 원래 개활지에서 가장 위력을 발휘하는 무기다. 이런 지형에서 완전히 노출된 보병은 운신이 어렵지만, 탱크는 기동력과 화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다. 70% 이상이 산악인 한반도는 탱크 운용에 썩 적합한 지형이 아닌 것으로 인식돼 왔다.
그런데도 우리가 전차전력에 유난히 관심을 두어온 데는 한국전 당시 북한군이 보유한 단 240여대의 T-34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뼈아픈 경험이 깔려 있다. 더구나 요즘의 전차들은 어떤 지형ㆍ환경에서도 작전을 수행하도록 개량돼 평지에 국한한 전차전술개념은 폐기된 지 오래다.
▦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차세대전차 XK-2(흑표) 시제품을 공개했다. ADD는 흑표가 대공교전과 첨단 피탄기능, 완전잠수기동능력에 자동장전장치까지 보유한 현존 최강의 탱크임을 자부하고 있다.
한국 신무기 평가에 인색했던 해외 언론이나 군사 사이트들도 XK-2에는 주목하면서 "세계 최고 기술력" 등으로 표현하는 것을 보면 이런 자부심이 개발주체 측의 자화자찬만은 아닌 것 같다. 어차피 군축이란 이상에 불과한 현실에서 모처럼 든든한 믿음을 준 ADD 관계자들에게 축하와 격려를 전한다.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