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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섭의 색깔있는 영화보기] '엘 토포'와 '홀리 마운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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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섭의 색깔있는 영화보기] '엘 토포'와 '홀리 마운틴'

입력
2007.03.07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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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종교를 모독하지만 한번 맛 보면 빠져 나오기 힘든…

그는 ‘나쁜 피’를 지녔다. 서커스단 배우의 아들로 러시아 유태인이면서 남미 칠레에서 성장했고, 마임을 하다 전설적인 만화 <앙칼: 존 디폴의 모험> 의 스토리 작가로 변신했으며, LSD를 피워대며 자신의 모든 여자 배우와 잠을 잤다고 떠벌이기도 한다. 그는 못 말리는 감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의 영화를 한번 보면 그 영상들을 잊을 수 없다고 고백한다.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에너지와 그로테스크함으로 똘똘 뭉쳐있는 영상들. 회화적이고 신화적이며 육(肉)과 영(靈)이 함께 날뛰는 제멋대로 영화만들기의 대가. ‘미드 나잇 스페셜’의 단골손님이자 컬트 중의 컬트 감독.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다.

그의 상상력은 장르를 넘나들고, 종교를 모독하고, 자본주의의 허를 찌른다. <엘 토포> 에서는 서부극을 차용하여, 미국식 카우보이 신화의 아우라를 깨부수는데 풍선이 줄어드는 소리와 함께 서로 총을 빼 들고 결투를 벌이는 장면이라든가, 바위 위의 하이힐을 표적으로 삼아 사격연습을 하는 등.

영화 전체가 청각적 시각적 이미지의 협공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런가 하면 <홀리 마운틴> 에서는 스페인의 남미 침공을 두꺼비들로 풍자하고, 수 많은 예수상 속에 내던진 채로 절규하는 예수를 통해, 진정한 종교심 보다는 허위로 둘러 쌓인 서구의 기독교를 맹공하기도 한다.

화면마다 가득히 퍼부은 철철 넘치는 피, 자신의 얼굴 동상을 먹어 버리기도 하고, 모래 속에 곰 인형과 어머니의 사진을 파 묻고, 파리나 구더기가 들끓는 육체를 전시하기도 하는 그의 영화 만들기 방식은 초창기의 루이 브뉴엘이나 살바도르 달리를 떠올리게 할만큼 초현실주의적이다.

(그러니 그의 영화에서 코끼리가 하늘에서 난 들 놀랄 일이 아니다.) 특히 <성스러운 피> 나 <엘 토포> 에서 보여지는 강렬한 외디푸스적인 상황들, 일 예로 팔이 잘려진 어머니와 그녀의 조종을 받는 마임배우 같은 자전적인 상황은 이 감독의 뿌리에 숨겨진 창조력과 광기가 둘이 아님을 깨닫게 만든다.

그런 감독이기에 존 레논이 제작비를 대고, <듄> 이란 SF 영화를 16시간짜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다 감독직에서 잘리고, <네이키드 런치> 란 영화를 크로넨버그(캐나다 출신의 세계적인 감독)에게 넘겨 주어야만 했을 것이다. 판토마임, 연극, 만화, 잡지, 타로, 소설, 영화를 넘나들며 자신의 에너지를 내뿜는 이 감독의 세상은 살갗을 데일 만큼 뜨거우면서도 한번 맛 보면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중독성이 함께 한다.

그렇기에 94년 <성스러운 피> 의 개봉 이후, 단 한편도 소개된 적이 없는 조도로프스키의 내한은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만든 지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도 조도로프스키의 영화를 보는 것은 신선하다.

그러므로 카찬차스키, 도스토예프스키, 타르코프스키, 키에슬롭스키 등등 수많은 예술인들의 ‘-스키’ 목록에 이 감독의 이름을 첨가하시라. 차가운 이성의 힘을 일거에 붕괴시키는, 핵 분열성 상상력의 폭풍이 무엇인지 실감하시게 될 것이다.

영화평론가 × 대구사이버대교수 심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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