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집값 하락에 채무불이행 속출… 버냉키 “심각한 충격 올 수도”
벤 버냉키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6일 이례적으로 모기지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강화를 촉구함에 따라 부실폭탄의 뇌관으로 꼽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한 우려가 미국을 강타하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미국 양대 모기지 전문 금융기관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방대한 자산에 대한 당국의 규제가 강화돼야 하며, 연내에 모기지 규제 강화입법이 실현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방대한 자산이 위험에 노출되면 전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란 신용등급이 낮거나 금융기록거래가 없는 사람에게 높은 금리를 받고 주택자금을 대출해주는 모기지론다. 대출자에게 불리한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게 보통이지만, 미국의 경기활황과 함께 급성장, 현재 전체 주택담보시장의 약 20%를 차지한다. 규모도 3년새 두 배 가까이 팽창해 2006년 말 현재 약 6,4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대거 부실로 전락한 것은 급등하던 주택 가격이 지난해부터 뒷걸음치기 시작한 데다 미국 FRB가 2005년부터 17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했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2년 새 30~50% 정도 급증한 금리부담을 견디지 못한 상당수 대출자들이 대출금을 연체하거나 담보물에 대한 권리를 뺏겼다. 또 일반 모기지시장은 물론 투자은행으로까지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에서 채무불이행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실제 서브프라임 모기지 업체들은 5일 미국 금융시장에서 줄줄이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굴욕’을 겪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대출부실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미국 2위의 서브프라임 업체 뉴센추리 파이낸셜의 신용등급을 ‘BB- ’에서 ‘B’로 끌어내렸으며, 프레몬트 제너럴은 현재의 ‘B+’ 등급을 하향할 수 있다고 밝혔다.
S&P는 메릴린치, 리먼브러더스 등 공격적으로 서브프라임 대출에 나섰던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들에 대한 투자의견도 각각 ‘매수’ ‘강력 매수’에서 ‘보유’ ‘매수’로 하향조정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이들 업체의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5일 뉴센추리 파이낸셜의 주가가 68.87% 폭락한 것을 필두로 노바파이낸셜 40.88%, 프레몬트 제너럴 32.38%, 홈 랜더스 홀딩 25.99% 급락했다. 뉴센추리 파이낸셜은 부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연쇄부도 우려마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불똥은 제너럴 모터스(GM) 등 미국 비(非) 금융권을 비롯해 UBS, 도이체방크, 크레디스위스 등 유럽 금융시장으로도 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GM은 산하 모기지 금융기관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디폴트로 약 10억달러의 피해를 입었고, 크레디스위스도 뉴센추리에 약 5억달러가 물려 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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