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뉴욕서 관계 정상화 회담… 김계관, 비상통로 이용 회담장 직행
*만찬후 밝은 표정…분위기 좋았던듯, 기자들 회담장소 헷갈려 우왕좌왕
5일 오후(현지시간)부터 뉴욕에서 열린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첫 회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북미 양측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취재진에는 함구로 일관했다. 특히 회담 첫째날인 5일 북측 수석대표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미측 수석대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노골적으로 언론과의 접촉기회 자체를 차단하는 등 철통 보안을 펼쳤다.
이날 오후 워싱턴에서 항공편으로 뉴욕에 온 힐 차관보는 택시로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 도착, 택시를 탄 채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을 그대로 지나쳐 주차장과 연결된 출입구를 통해 회담장인 유엔주재 미 대사관저로 올라갔다. 유엔주재 미 대표부는 이 호텔 펜트하우스를 대사관저로 쓰고 있다.
힐 차관보 보다 20여분 늦은 오후 5시40분께 호텔에 도착한 김 부상은 기자들이 몰려 있는 호텔 출입구를 피해 다른 쪽 비상통로로 차량을 진입시킨 뒤 곧바로 회담장으로 직행했다. 양측 대표단이 회담장으로 올라가자 미 경찰은 호텔로 통하는 주차장 진입로에 경찰차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차량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
회담 시작 전 양측 수석대표로부터 한마디도 듣지 못한 취재진이 회담이 끝나기를 기다리자 미 국무부 공보 담당자는 “오늘은 힐 차관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철수’를 권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첫날 회담이 끝난 뒤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김 부상은 개막에 이어 만찬으로 이어진 이날 회담이 저녁 10시5분께 끝난 뒤 호텔 밖으로 모습을 나타냈으나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다만 반주를 상당히 마신 듯 불콰해진 김 부상이 때로 미소를 띠며 밝은 표정을 짓기도 해 회담 분위기가 긍정적이었음을 짐작케 했다. 김 부상은 숙소인 밀레니엄 유엔 플라자호텔에 돌아와서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북측 대표단의 한 관계자가 “아직 회담 중입니다”라고 말한 것이 고작이었다.
언론의 궁금증은 힐 차관보가 둘째날 회담에 앞서 6일 오전 7시30분 코리아소사이어티와 저팬소사이어티가 공동으로 마련한 조찬 강연에 나섬으로써 다소 해소됐다. 힐 차관보는 조찬 강연에서도 구체적 협상 내용과 관련된 언급에는 매우 신중한 모습을 보였으며 강연이 끝난 뒤 유엔주재 미 대사관저로 이동, 북측과 오후까지 이어진 마라톤 회담에 들어갔다.
회담 장소와 관련, 미측이 당초 유엔주재 미 대표부 시설이라고만 밝혀 많은 기자들이 미 대표부 건물로 몰려갔다가 회담 개막 1, 2시간 전에야 회담장이 미 대사관저임을 알고 우왕좌왕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미 대사관저가 있는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은 스위트룸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임시 숙소이기도 해 반 총장이 북미 양측 대표들과 회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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