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막아도 끝장 집회" vs 경찰 "회담장 겹겹 봉쇄"
경찰이 8일부터 닷새 동안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열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8차 협상을 앞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협상시한(4월2일)에 앞서 공개적으로 열리는 최종 협상인 만큼 한미 FTA를 반대하는 시위대의 강력한 저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찰은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가 신청한 집회를 모두 불허했지만 기습적인 ‘게릴라 시위’를 우려해 병력을 총동원, 돌발 사태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졸속 협상 ‘끝장 투쟁’으로 막는다
6일 경찰에 따르면 범국본이 최근 서울 종묘공원과 시청 앞 서울광장에 신청한 집회에 대해 금지 통보했다. 준법 시위를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았던 과거 전력 때문이다.
경찰은 그러나 시위대가 협상 기간 중인 10일 ‘끝장 투쟁’을 벌인다는 첩보가 입수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첩보에 따르면 시위대는 하얏트 호텔 주변에 5,000여명이 분산 집결한 뒤 협상장에 난입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농민단체도 이날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가질 계획이다.
실제 범국본은 한미FTA를 ‘졸속ㆍ불평등’ 협상으로 규정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 투쟁키로 했다. 범국본은 특히 최대 민감 분야인 쌀과 쇠고기 부분의 개방에 절대 반대하고 있다. 박석운 집행위원장은 “경찰이 ‘묻지마 금지 통보’를 내리면서 모든 집회를 봉쇄했지만 FTA 반대집회는 어떻게 든 강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집회 참가자들은 10일 서울광장에서 100~200명씩 하얏트 호텔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범국본은 시위대가 호텔 주위에 모여 한꺼번에 협상장 진입을 시도할 지 등 집회방식이나 전략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죽봉과 화염병 등 불법 시위용품 사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찰이 과격시위를 부각시키기 위해 음모설을 퍼뜨리고 불법시위 운운하는데 그럴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범국본은 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국회의원 28명과 학계 종교계 시민단체 대표들과 함께 FTA 결사 저지를 위한 비상시국대회를 열 예정이다.
●이중삼중 철통 경호로 지킨다
경찰은 하얏트 호텔이 6차 협상이 열렸던 신라호텔보다 경비에 취약하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신라호텔에 비해 진입로가 많아 경비 인력을 더 투입해도 ‘구멍’이 쉽게 뚫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호텔 주변에 주택가가 인접해 있어 시위대가 주민으로 위장해 기습적으로 행사장에 난입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 경우 경찰과 시위대간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한 만큼 경찰은 사전에 하얏트 호텔 주변을 이중삼중 에워싸 철통 경호를 펼치기로 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시위대가 미국 대사관이나 청와대 진입을 시도할 수도 있다고 보고 주요 시설에 대한 경비를 강화할 방침이다. 성난 시위대가 죽봉 각목 횃불 등을 동원해 불법 폭력 시위에 나설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협상이 마지막이기 때문에 시위대의 투쟁 수위가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돌발 사태 등을 포함해 사전에 철저히 대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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