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의 긴축정책 - "경제기반 문제없어… 증시 숨고르기"
*불안한 美경제 - 부동산 침체 등 금융부실 가속화 우려
*앤 캐리 자금 철수 - 세계적으로 위험자산 기피심리 확산
중국의 급성장, 사상 최고 수준의 미국 증시, 엔저를 바탕으로 한 일본의 뚜렷한 회복세 등 세계경제를 이끌던 3가지 희망의 빛이 한 순간에 ‘위기의 경고등’으로 바뀌었다.
과열을 우려한 중국 정부의 경고 발언에 중국 증시가 폭락하는 것과 맞물려 경기지표 악화 등 미국 경기의 경착륙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계속돼온 세계 증시의 활황세가 힘없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이후 신흥국 시장에 불안을 느낀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들이 급격히 철수하는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에서는 위기 발발 1주일도 안돼 낙관론은 사라지고 비관론이 힘을 얻는 형국이 됐다.
6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중국의 긴축정책’ ‘미국 금융시장의 위험성 증가’ ‘전 세계 엔 캐리 자금의 철수’ 등 3대 변수가 이번 중국발 글로벌 금융쇼크의 향방과 강도를 결정할 주요 변수로 요약된다.
특히 이번 쇼크의 발발과 전개가 1998년 금융쇼크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두 사건을 비교하면 향후 사태의 향방을 예측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우선 금융 쇼크의 진앙지가 급성장하던 신흥시장이라는 점에서 두 사건은 유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98년 당시 충격의 원인이 전 세계 투기자금이 몰리던 러시아가 갑자기 대외채무 지불유예(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등 진정한 의미의 경제위기 성격이 짙다면, 2007년의 쇼크는 단순히 급성장하는 경제의 속도조절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한국은행 해외조사실은 이날 “중국 경제의 기반이나 주식시장의 유동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향후 중국 증시가 기조적인 하락세로 전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올해 중국은 경기 속도조절을 통해 연간 10%의 고성장을 지속하고, 기업이익도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즉 이번 충격은 단기간에 너무 치솟은데 따른 ‘세계증시의 숨 고르기’로 볼 여지가 크다는 해석이다.
반면 미국경제는 98년보다 현재가 더 불안하다. 당시는 정보기술(IT) 혁명을 바탕으로 고성장과 저물가가 결합된 신경제 호황이 정점에 이르렀던 시기였기 때문에 헤지펀드인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이 1,000억 달러에 가까운 손실을 입고 파산했어도 그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 미국의 금융시스템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 이은 일부 모기지(장기주택대출) 대출 업체의 파산 신청 등 부실 증가로 허약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여기에 주택 공실률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신규주택 판매도 감소세여서 금융 부실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만에 하나 이런 상황에 신흥시장에서의 투자 손실이 더해진다면 미국 금융시장의 충격은 엄청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 금융시장의 위험성 증가는 전 세계적으로 위험자산 기피 심리를 확산시키게 된다.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까지 한주간 미국내 주식형 뮤추얼펀드에서 38억 달러(약 3조6,000억원)가 유출됐다.
일본에서도 지난달 26일부터 2일까지 한주간 일본 주요 투신사에서 개인이 인출해간 투자액이 80억엔(약 650억원)에 달했다.
최근 투기자본의 주요 투자처였던 상품시장에서도 금(7%) 니켈(7%) 등이 폭락세를 보였다. 이 같은 심리가 계속된다면, 아직은 초기단계인 엔 캐리 자금의 철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다국적 투자은행 바클레이스 캐피탈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말 엔 캐리 자금 규모는 98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1,000억(약 95조원)~1조(950조원)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98년 당시는 전세계가 유동성 공급을 늘리는 금리 하락 국면이어서 엔 캐리 자금의 철수를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미국을 제외한 일본 유럽 등 주요국이 금리를 올리고 있어 엔 캐리 자금 철수가 본격화하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 자본시장에 미칠 충격은 98년보다 더 클 수 밖에 없다.
결국 중국 증시의 회복 여부와 상관없이 향후 전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향후 외화대출이나 신흥시장 증시에 대한 투자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차이나쇼크 이후 전세계적으로 투자위험에 대한 민감도는 더 커지면서 신흥시장 등 상대적으로 위험한 자산에 대한 투자유입도 줄어들 것”이라며 “국내 투자자들도 신흥시장 주식이나 비우량 채권 등 ‘고위험 고수익’ 투자비중을 줄이고, 중국 등 특정국가 쏠림 투자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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