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발 씻어주고, 아이 손 잡아주는 '아버지학교' 운영
*'불량아빠'가 회사 배려로 '모범아빠' 변신
*허동수 회장 "임직원 가족이 내가족" 승진가족에 감사 편지
*김장 체험·크리스마스 케이크 만들기 등 주말 행사도 다양
“어머, 이거 회장님께서 직접 보내신 편지야? 우리 남편, 회장님 총애를 받고 있나 보네? 사랑해요 여보.”
지난달 23일 승진한 박준완 GS칼텍스 차장은 아내에게 이런 말을 듣고 잠시나마 어깨가 우쭐해졌다. 허동수 회장이 박 차장의 승진에 맞춰 가족들에게 축하 및 감사 편지를 보낸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GS칼텍스 대표이사 회장 허동수입니다’로 시작하는 이 편지에는 ‘박 차장의 승진 소식과 함께 서면으로나마 축하와 감사의 마음을 전하게 돼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고 쓰여져 있었다.
허 회장은 편지에서 ‘박 차장은 입사 이래 회사의 발전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해온 GS칼텍스의 소중한 인재’라며 ‘이번 승진은 그 동안 흘린 땀과 노력, 그리고 가족 여러분의 애정 어린 관심과 사랑에 대한 회사의 보답’이라고 밝혔다.
그 동안 박 차장이 회사에 충실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가족들의 헌신적인 사랑과 뒷받침이 있었기 가능했던 만큼 박 차장 가족 모두가 축하 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올해 과장 차장 부장으로 승진한 직원 가족에게 전달된 허 회장의 편지는 회사 분위기를 한결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GS칼텍스의 가족 친화 경영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정(情)이 담겨있다. 사원들을 조직의 부속품이 아니라 회사의 주인공이자 한 가정의 가장, 더 나아가 지역 사회의 핵심 구성원으로 대우한다. ‘능력 있는 인재’도 중요하겠지만 ‘행복한 가정의 남편과 부인’, ‘자녀에게 존경 받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돕겠다는 게 회사측 방침이다.
GS칼텍스의 가족친화경영 프로그램은 대다수 직원이 남성인 회사 특성상 주로 좋은 아버지가 되도록 하는 데 집중된다. 지난해 9월 서울 역삼동 GS타워에서 열린 자녀 양육에 관한 외부 초청강사 강연도 이중 하나. 최성묵 GS칼텍스 인사기획팀 대리는 “다섯 살짜리 딸을 어떻게 키워야 할 지 몰라 난감했었는데 강의를 들으며 아이 양육에 대한 조언을 많이 들을 수 있어 유익했다”고 말했다.
전체 직원의 97%가 남성인 여수공장에서는 아예 매년 5,6월 총 5주에 걸쳐 외부 위탁 교육 프로그램인 ‘아버지학교’를 운영한다. 바람직한 아버지상과 올바른 가족 가치관을 형성, 가족과 회사 생활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수료식에는 남편이 아내의 발을 직접 씻겨주는 행사도 갖는다.
곽현주 사원은 “아버지학교를 다닌 뒤 사춘기에 접어들어 신경이 예민해진 초등학생 딸과 냉랭했던 관계가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을 정도로 좋아졌다”며 “아내의 대한 고마움도 다시한번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남성만을 위한 가족친화 프로그램들만 있는 게 아니다. GS칼텍스는 본사에 별도의 수유시설 등을 갖춘 ‘엄마의 방’도 운영하고 있다. 해당 임원이 생일을 맞은 여직원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결혼기념일에 집으로 축전과 꽃다발을 보내는 것은 기본이다.
GS칼텍스의 가족친화 프로그램들은 노사가 함께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4월부터 노동조합과 회사가 공동 기획해 매월 한차례 금강산 견학 등 가족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체험 프로그램들이 실시하고 있다.
치즈 만들기, 크리스마스 케이크 만들기, 김장체험 등 주말 행사도 다양하다. 사보를 통해서 가족에게 러브레터를 보내는 깜짝 감동 이벤트의 경우 평균 3개월을 기다려야 참여가 가능할 정도로 인기다.
7,8월 여름방학 시즌에는 임직원 자녀들을 위한 다채로운 방학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불량’ 아빠 엄마를 위해 회사가 대신 아이들을 챙기는 것. 올챙이수영교실, 갯벌ㆍ도자기 체험을 떠날 수 있는 ‘어린이 자연캠프’, 낙도 어린이 및 소외계층 어린이들과 함께 자연 속에서 뛰놀며 예술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예술놀이캠프’ 행사 등이 이런 프로그램이다.
이밖에도 중학생 자녀 대상으로 부모님이 근무하는 곳을 직접 찾아가볼 수 있는 ‘엄마, 아빠 사랑해요’ , 주유소 파트너 협력 판매점의 자녀를 대상으로 한 ‘경제 캠프’ 등도 운영하고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회사와 가족이 하나로 여겨질 정도의 가족친화경영을 펴겠다는 게 회사의 목표”라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배우자에 무료 건강검진 의료비·학자금 전액 지원
GS칼텍스의 복리 후생 제도는 임직원 뿐 아니라 임직원의 배우자와 양가 부모, 자녀 등을 모두 대상으로 삼는다. ‘회사 임직원의 가족은 바로 내 가족이나 마찬가지이고, 가족이 편안해야 기업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게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경영철학이기 때문이다.
먼저 GS칼텍스 임직원의 배우자 중 35살이 넘으면 2년에 한번씩 종합건강검진을 무료로 받는 혜택이 주어진다. 임직원 배우자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업무에도 지장을 주는 것은 물론, 자칫 생산현장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임직원 가족의 의료비는 사실상 전액 지원된다고 볼 수 있다. 배우자는 물론 자녀의 의료비도 5만원이 초과되는 경우 회사에서 일괄 지원하고 있다. 금전적인 걱정 없이 편안하게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GS칼텍스는 임직원의 교육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자녀의 유치원 비용을 비롯해 초등ㆍ중학교 입학 시 축하금, 중ㆍ고교 수업 등을 전액 지급한다. 임직원의 대학생 자녀에게는 입학금에서부터 등록금, 총학생회비까지 전액 지원한다.
집안 대소사를 치를 때도 회사가 지원을 한다. 경조휴가, 주택구입 및 전세자금 대출 등 다양한 복리후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이 결혼할 때에는 최고 1,000만원까지, 3년 이상 근속한 임직원이 집을 살 때에는 4,000만원까지 장기 저리 융자를 해준다.
이외에 입사한지 1~3년차 직원의 부모님을 대상으로 공장견학 및 여수지역 관광 등을 하는 ‘부모님 초청 행사’를 진행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기업의 경쟁력은 사람, 즉 인재이며 그 인재가 업무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바로 경영의 핵심”이라며 “다양한 복지제도와 가족친화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임직원의 경쟁력 강화에 힘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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