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동네 목욕탕에 가면 종종 문신을 한 아저씨들을 만날 수 있었다. 용 그림이나 호랑이 그림, 혹은 알 수 없는 일본어가 새겨진 아저씨들의 등이나 팔뚝을 보고 있노라면, 아 정말 얌전히 때나 밀고 나가야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곤 했다.
요즈음은 굳이 목욕탕을 가지 않아도, 길거리에서 문신을 한 젊은이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그들의 문신은 예전, 내가 목욕탕에서 본 위압적인 문신과는 색감도 다르고, 도안도 다르지만, 여전히 어떤 생경한 느낌을 자아내게 해준다. 타투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 탓일까? 일본에서는 조폭뿐만 아니라, 소방수나 도자기를 만드는 장인들도 문신을 많이 한다고 들었다.
그들이 문신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압도당하지 않겠다는 것. 불이나, 도자기에 자신의 몸과 마음을 압도당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자기암시와도 같은 의미라고 한다. 아, 그러니 이제야 알겠다.
내가 예전 목욕탕에서 만난 조폭 아저씨들 또한 압도당하지 않기 위해서, 그러니까 무서워서, 그렇게 자신의 등판을 캔버스 삼아 문신을 했다는 것을. 겁이 많은 아저씨일수록 색감이 화려했다는 것을. 요즈음은 가끔씩, 나도 문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도안도, 색감도 화려한 것으로.
소설가 이기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