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기술자… 안주보다 새로운 도전 원해"
‘신산(神算)’. 귀신 신(神)에 셈할 산(算). 말 그대로 ‘계산의 신’이라는 뜻이다. 프로농구 사상 최초의 300승 금자탑을 세운 창원 LG 신선우(51) 감독의 별명이다.
언제부터 굳어진 애칭인지는 불확실하지만 신 감독은 별명답게 두뇌회전이 빠르고 지략이 뛰어나다. 심판 판정에 어필하지 않기로 유명한 젠틀한 이미지, 끊임없는 변화와 도전을 추구하는 노력도 신 감독만의 미덕이다.
신 감독은 지난 3일 원주 동부전 승리로 정규리그에서만 개인 통산 300승을 거둔 최초의 주인공이 됐다. 4일 전주 KCC전에서 승리하며 301승(216패)를 기록한 신 감독은 “프로 원년부터 같이해 온 선수들과, 구단, 팬들에게 너무 고맙다. 10승씩 올린 것이 아니라 1승씩 올린 것이기에 어느 한 경기 소중하지 않은 경기가 없다”고 소감을 전했다.
500승이 목표인 신 감독은 현역 선수를 거친 스포츠맨답지 않게 ‘회사원’임을 자처한다. 기자들과 대화 도중에도 LG 스포츠단을 일컬어 ‘우리 회사’라고 한다. “저는 관리자가 아니라 엔지니어입니다. 기술자를 필요로 하는 회사가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지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변화와 도전
신 감독은 지난 2005년 전주 KCC의 감독 자리에서 뛰쳐 나왔다. 이상민, 조성원, 추승균이 있는 한 ‘먹고 사는 데’ 지장없는 팀이었음에도 신 감독은 모험을 택했다.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새로운 도전을 즐기고 싶었습니다.” KCC 시절 신 감독의 훈련에 열외는 없었다. 코트에서도 좀처럼 냉정을 잃지 않고 선수들을 강하게 다뤘다. 선수들이나 팬들이 보기에도 신 감독은 ‘정’과는 거리가 먼 차가운 사람이었다. 그러나 신 감독의 고민도 여기에 있었다. 냉철한 머리에 따뜻한 가슴. 늘 이미지 변신을 마음먹고 있었던 신 감독은 자신을 대신해 그 역할을 했던 유도훈 코치가 안양 KT&G의 감독으로 이적한 이후 행동으로 옮겼다.
“선수에 대한 이해 부족이 늘 마음에 걸렸습니다. 제가 먼저 다가가야겠다고 느꼈죠.”
5연승 2번하면 6강, 3번하면 4강
신 감독은 시즌 전 선수들에게 주문했다. “올 시즌 우리 팀은 5연승을 2번 하면 플레이오프에 갈 수 있고, 3번 하면 직행할 수 있다.” ‘신산’다웠다.
LG는 시즌 개막 5연승 이후 최근 6연승으로 부산 KTF와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신’의 예언은 또 다시 적중한 셈이다. LG가 1, 2라운드에서 고공 비행을 하다가 3라운드 이후 페이스가 처졌을 때도 신 감독은 불안해 하지 않았다. 300승 감독의 눈에는 성적과 상관없이 향상되는 경기력이 보였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건 자신감입니다. 저의 300승도, 올 시즌 우리 팀의 좋은 성적도 저와 선수들의 자신감에서 비롯된 겁니다.”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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