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Weekzine Free/ 떠나자 - 감태 수확 한창… 무안·함평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Weekzine Free/ 떠나자 - 감태 수확 한창… 무안·함평

입력
2007.03.05 02:06
0 0

봄 손님 오시려나 마중 나갔더니 남녘은 이미 파랗게 물들어 있었다.

숨막힌 잿빛을 벗어나 싱그러운 초록을 찾아 떠나는 신춘여행. 전남 무안과 함평의 핏빛 황토와 질척거리는 뻘에는 벅찬 봄이 벌써 한가득이다.

무안의 바다는 섬과 섬 같은 뭍으로 둘러싸인 뻘밭. 그 청정 갯벌에서 가장 힘 좋고 맛있는 낙지와 바지락, 굴 등이 나온다. 바다로 비죽 튀어나간 해제반도로 가는 길. 닭의 모가지처럼 가늘고 긴 길은 거대한 방조제 위를 달리듯 차창 양쪽으로 바다를 달고 달리게 한다.

한달 후면 벚꽃 흐드러질 왕벚꽃거리를 지나 ‘팔방미인마을’인 현경면 용정리로 꺾어져 들어가면 길이 끝나는 곳이 달머리, 월두마을이다. 함평만을 끼고 있는 해제반도의 갯가는 습지보호지역 제1호로 지정된 갯벌. 그 청정갯벌의 중심이 이곳 월두마을이다.

바다로 툭 튀어나온 뭍의 모양이 초승달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월두마을 앞 갯벌은 지금 이끼가 곱게 내려앉은 듯 초록 융단으로 곱다. 지역민들이 감태라 부르는 가시파래다. 감태는 국으로 끓여 먹는 매생이 보다는 굵고, 파래보다는 가는 실타래 같은 해초. 감태무침은 무안의 어느 집에서고 밑반찬으로 빼놓지 않고 식탁에 올리는, 입맛 돋우는 별미 음식이다.

초록의 갯벌 위에서 아낙들이 엉금엉금 기어 다니며 감태 채취로 분주하다. 좀더 가까이 보기 위해 장화를 신고 신산(辛酸)의 노동현장으로 발을 디뎠다. 내딛는 첫발자국부터 걸음은 뒤뚱거린다. 곱디 고운 입자의 뻘은 쑥쑥 몸을 빨아들인다. 뻘의 ‘거센 중력’과 맞서 숨을 헐떡이며 걸어 들어간 갯벌의 한가운데. 온통 초록의 세상이다. 빗질을 해서 넘긴 것 같은 기다란 초록의 실타래들이 뻘을 가득 메우고 있다.

초록은 분명 봄의 빛인데 이 초록은 겨울의 빛이란다. 감태는 겨울이 제철. 찬바람 불면 갯벌을 뒤덮기 시작해 봄볕이 그윽해지기 전까지 초록의 싱싱함을 내뿜는 바다 풀이다. 설을 지낸 지금은 마지막 감태 수확기다.

‘훈풍이 불면 오리라’ 마냥 기다리기만 했던 봄빛이, 지레 외면했던 겨울에 이미 한껏 충만했던 것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마음의 봄’도 이런 게 아닐까. 때가 무르익지 않은 게 아니라 찾아 나서질 않아서 일지도.

무안에 달머리가 있다면 함평에는 돌머리가 있다. 월두마을에서 함평만 너머로 바라 보이는 함평 땅 비죽 튀어나온 곳이 돌머리해수욕장이다. 이름 못지않게 재미있고 예쁜 곳이다. 해수욕장에는 드넓은 갯벌이 이어져 있고 수천 평의 소나무 숲이 둘러싸고 있다.

이 곳의 특징은 둑을 쌓아 만든 2,500여 평의 인공풀장. 조수간만의 차가 워낙 심해 물놀이할 물을 가둬놓은 것이다. 모래밭 위의 인공풀장은 이오니아식 기둥의 해변무대, 초가원두막 등과 어우러져 마치 동남아의 휴양 리조트 같은 분위기다. 돌머리의 노을은 서해안에서도 손으로 꼽는 절경이다. 바다 너머 해제반도 위로 빨갛게 타오른 햇덩이가 지는 모습은 장엄 그 자체다.

달머리나 돌머리로 가는 길가, 남도의 황토벌판에는 초록이 움트고 있다. 마늘과 양파, 보리들이 한 뼘씩 올라와 붉은 땅 위에 생명의 색을 불어넣고 있다. 한여름에 봤다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풍경이지만 무채색의 겨울을 보내고 만나는 초록이라 그 빛이 진하지 않아도 마냥 고맙다.

무안ㆍ함평=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남도의 맛 기행/ 함평한우·명산장어…오매 군침도네

● 남도로 가시려면 배를 비워두시라. 깊고 그윽한 맛의 향연이 그대의 허기를 한껏 채워줄 것이다.

●함평한우는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최상급 한우. 한약재를 첨가해 특수 개발한 사료를 먹여 양질의 한우를 키워낸다. 함평 한우의 제 맛은 육회와 육회비빔밥이다. 싱싱한 생고기가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함평읍의 금송식당(061-324-5775)에서 함평한우 생살의 맛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육회는 1인분(200g)에 1만7,000원. 육회비빔밥은 5,000원이다.

●호남의 젖줄인 영산강변에 있는 무안 몽탄면 명산리는 장어로 유명하다. 일제 때는 명산에 장어 통조림 공장이 설치돼 200여 척의 장어잡이배가 성어를 이뤘다고 한다.

영산강 하구둑이 생기면서 지금은 자연산 장어가 크게 줄었다. 지금은 대부분 전남 지역의 양식장에서 기른 장어를 내놓는다. 70여 년 전통의 3대째 장어를 구워낸 명산장어(061-452-3379)가 유명하다. 장어 2인분(700g)이 3만원, 1kg은 4만원이다.

●몽탄면 사창리는 사창 돼지짚불구이 명소. 암퇘지의 삼겹살 목살 등을 석쇠에 얹어 볏짚에 구워낸다. 짚불구이 원조는 두암식당(061-452-3775). 짚으로 고기를 구워낸 지 벌써 60여 년이 넘었다.

갯벌에서 뒤뚱거리는 칠게를 잡아다 곱게 갈아 마늘과 고추 등 양념으로 버무린 게장이 돼지고기에 감칠맛을 더하고, 이 집에서 처음 만들었다는 양파김치가 새콤하니 돼지고기의 느끼함을 지워준다. 짚불구이 1인분에 7,000원. 게장으로 비벼낸 게장비빔밥은 3,000원.

무안ㆍ함평=글ㆍ사진 이성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