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 사교육·취미 등에 엄청난 투자 "외동아이 17년 키우는데 16억원 들어"
미국 샌 디에고에 사는 재클린 존스는 최근 다섯 살 생일 파티를 성대하게 치렀다. 동네 수영장에서 ‘인어’를 테마로 열린 이 행사에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 의 주인공처럼 분장한 전 미인대회 수상자까지 동원됐다. “내 친구들이 나보고 ‘미쳤다’고 하지만, 딸은 영원히 기억할 추억을 갖게 됐다”고 재클린의 어머니 로라는 말했다. 인어공주>
다른 나라처럼 양극화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미국에서도, 부유층이 자녀들을 위해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엄청난 소비를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3일 보도했다. 특히 자녀를 한 명만 둔 맞벌이 부부들(DIOKs : double-income, one-kid families)은 800달러짜리 유모차를 사거나 거실뿐 아니라 자녀 방에까지 평면TV를 설치하는 등 아이를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최근 미국 정부는 2005년에 태어난 아이를 17세까지 키우는 데 드는 양육비를 추산해 발표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수입이 전체 미국인 가정의 상위 3분의 1 이내인 부유층 가정이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17년 동안 모두 27만9,450달러(2억6,268만원)에 이른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같은 추산이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면서 자체적으로 추산한 결과, 부유층 가정의 자녀 양육비는 1인당 최저 77만6,000달러(7억2,944만원)에서 최고 160만달러(15억400만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신문에 따르면 요즘 아이들을 위한 과소비는 가지를 친다. 야구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헬멧이나 글러브, 유니폼 등을 사 주는 것은 3,000달러 정도이지만, 만약 이 아이가 야구를 잘 해서 청소년 팀에 들어가게 된다면 원정경기를 위해 이동하는 교통비만으로도 매년 1만2,500달러가 든다. 미국 십대들의 반 이상이 MP3 플레이어를 갖고 있는데, 이들이 온라인 음악 서비스인 아이튠즈에서 음악을 다운로드하면 매년 361달러가 추가로 든다.
물론 가장 큰 비용이 드는 것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교육이다. 10명 중 1명의 아이들이 사립 중ㆍ고등학교에 진학한다. 사립학교 등록금은 비교적 저렴한 편인 학교도 연 6,000달러에 달한다. 유명 사립학교가 위치한 뉴저지의 밀번 등으로 이사가면 연간 1만6,500달러에 이르는 높은 보유세를 내야 한다. 연 수입이 5만~7만5,000만달러인 가정은 대개 가정교사를 두고 있으며, 특히 일반 수업 외에 자녀에게 한 가지 이상의 특기를 길러준다며 과외공부를 시키는 집도 다수다.
부모들은 이 같은 소비가 자녀들의 경험을 풍부하게 해 준다고 믿고 있지만, 교육자들이나 상담 전문가들은 부작용을 우려한다. 부유한 지역의 교장들은 너무 많은 사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이 자기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매우 의존적인 경향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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